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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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주는 매력적인 제목은 나의 주목을 이끈다.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저자는 현 서울대학교 미대교수로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국제 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등에 참여하였고  대학시절 신춘문예당선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으며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특이한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직 신앙이 한 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은 절망감이 든다고 했지만 이 책의 반 이상이 성경귀절과 그가 그린 예수님 얼굴, 당신에 대한 사랑과 고백으로 가득 차 그의 생각과 그림의 근간이 신앙심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아마 그의 신앙에세이로서의 성격이 다분하다.

 
종교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봉천동 달동네의 희망을 전하는 파랑새그림하며,그가 쿠바와 멕시코를 여행하다 본 카브리해, 에게해등 물의  여행을 통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물빛과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직 깊은 신앙심으로 공감하고, 감동을 받기보다 원색적이며 단순한 형태의 알록 달록한 그림들이 더 큰 끌림으로 다가온다.

나이에 따라 취향도 바뀌어 이젠 뭐든지 단순하고 동심처럼 밝고 환한 것이 좋다.

그림도 예외는 아니어서 원색적인 화려함이, 치장이나 장식적인 멋보다는 단순하고 여백의 미를 드러낸 편안한 것이 좋아진다. 이 책이 내 눈을 사로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양 빛에 녹은 깊은 청남색 물의 빛갈은 신비한 정령처럼 나를 빨아들이려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져 저렇게 고운 물속이라면 죽음마저도 화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리브해의 물색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느낌인 반면, 에게해의 청록색은 저녁이 되기까지 흔들림없는 고요 속에 그 색 그대로였다. ...그런데 색깔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바다에서는 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 숨소리뿐인가 .물이 뒤척이고 물이 웅얼대는 소리도 들려온다.바람 끝에 실려 오는 독특한 향기도 있다..(p25)


축복처럼 환하게 비추는 달빛은 가난한 동네에 넘실대는 고달픈 삶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그 달빛 속에 문득 어디선가 파랑새 한마리가 날아와 이렇게 재잘거리는 것 같았다."희망을 잃지 마세요. 좋은 날이 온답니다."(p231)

 

저자도 말한다. 그림이란 기운을 나누는 것이라고.. 사랑의 기운, 기쁨의 기운, 평화의 기운을.

직접 가 보지는 못햇지만 이 책을 통해 난 청옥색 카브리해의 바다에 풍덩 뛰어든다. 봉천동 달동네의 파랑새를 만난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한바탕 탱고와 같은 것~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낙관적 기운을 나누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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