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갑/이리야마사토시 글그림, 황진희 옮김/킨더랜드오늘도 바쁘게 살았는데 뭔가 허무함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을 먹이고 돌보고 바쁘게 이런 저런 가정의 살림을 챙겼는데 정작 내 자신은 사라진 것 같은 날 말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땐 그냥 자지 말고 나와서 책을 읽는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본다. 이번에 도착한 <빨간 장갑> 그림책을 펼친다. 짝을 잃어버린 장갑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그 장갑은 빨간 색이다. 그 빨간 장갑을 빼곤 모두 회색빛으로 표현했는데, 처음엔 빨강을 강조하려고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빨강이 보는 시선이 모두 흑빛임을 표현한 것 같다. 짝을 잃어버린 극한 슬픔으로 세상이 모두 회색빛으로 변한 것 같다. 마치 세상에 나만 혼자 있는 것 같고,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서 한참동안 그 장면을 보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지만 결국 홀로 된 이 밤의 나와 닮아 보이는 빨간 장갑.그 빨간 장갑은 결국 한 짝을 만났을까? 그건 비밀이고, 책을 직접 구하여 읽어보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빨간 장갑이 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짝이 되어 버려질 것 같은 우리의 삶을 한껏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변인으로 내 삶이 초라하게 여겨지는 분들, 세상의 홀로된 이들에게 위로를 건낸다. "함께 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차곡차곡 쌓인 그 시간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내줄 거라고. 그러니 힘을 내어 또 살아가라고."요근래 아빠가 감기에 걸리셨는데 쉬이 회복되지 않으셔서 마음이 철렁했다. 이대로 계속 편찮으시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언젠가 닥칠 이별의 순간까지 떠올라서 눈물도 흘렸다. 그러면서 이 빨간 장갑에 아빠의 삶을 넣어 생각해보기도 하고, 남겨질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장갑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그리고 그 장갑의 한 올 한 올에 담긴 시간들이 그 장갑을 이뤄가는 것임을 기억해본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다정하게 살아가보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날이라고!? 아니. 넌 아이들의 하루를 살렸고, 너의 삶도 한 올 한 올 감아가며 작품을 이뤄내고 있다는 걸! doing보다 being의 의미를 기억하자. *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서 당첨되어 킨더랜드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빨간장갑#제이그림책포럼#킨더랜드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