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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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는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 좋아하는 소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항상 답하던 소설 중 하나였다.

다시 들춰본 지는 오래되었으나, 이 책이 지닌 철학, 디스토피아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근간은 항상 되새김질하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역시 책을 다시 정독하는 일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이번 문예출판사에서 새로 번역판을 출간한다는 소식에 급히 서평단을 신청했고, 20대 초반 한창 좋아하던 이 소설은 새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이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한 약 5년의 기간이 《버마 시절》으로 이어져 이후 그의 정치적 함의가 가득한 글쓰기를 시작하게 한다.

이번 문예출판사의 《1984》에는 서문으로 <1944년 노엘 윌멧에게 보낸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오웰이 장편소설로써 드러내려 했던 파시즘화에 대한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 더하기 2는 5다.

이 명제는 사상범으로 사랑부에 잡혀 간 윈스턴은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믿었다. 진실은, 사실은 2 더하기 2는 4이지 5가 될 수 없다.

오웰은 이러한 객관적인 명제가 전체주의의 압박 속에 어떻게 무너지는지, 진실을 좇는 이는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 자체를 바꿔버리는 권력의 억압을 암시하며 반복적으로 경고한다.

서문의 편지글에서부터 소설 후반부까지 반복하여 등장하는 "2 + 2 =5"라는 명제를 윈스턴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은 지극히 폭력적이다. 그를 꽉 묶은 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가하고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는 반복해서 묻는다.

이렇게 제3자의 입장에서 어린아이가 보아도 지적할 수 있을만한 커다란 논리 구멍은 절대적으로 옳은 위치의 빅브라더, 즉 당의 입장은 온몸의 척추가 끊길 것만 같은 고통 아래 점차 없었던 것이 되어간다.

이는 신어로 '이중사고'라고 일컬어진다. 빅브라더의 연설에 맞게 과거를 고치는 일을 하는 윈스턴이 속해있는 진실부. 이 외부 당원들은 일하는 내내 당의 거짓을 목격하지만 모두 잊고는 당이 하는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

상반되는 두 가지 진실을 동시에 믿는 것, 그리고 아주 의식적으로 각각의 진실을 필요한 순간만 꺼내 다시 무의식 속으로 집어넣는 것.

전쟁은 평화, 무지는 힘, 자유는 예속.

윈스턴의 동료는 신어를 편찬하는 일을 맡았다. 좋다의 반대말을 '안좋다'로, 강조는 '플러스안좋다' 더욱더 강조하려면 '이중플러스안좋다'.

신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알지 못해 애초에 반역 자체가 불가할 것이라는 상상. 유일하게 단어의 수를 줄이는 편찬 과정을 겪는 신어는 언어로 인간의 사고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오브라이언의 "우리가 모든 기억을 통제합니다"(p.328)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밖으로 보이는 행동이 아닌 생각을, 상상을, 의식을 넘어선 무의식을 우리도 모르는 새에 통제당할까 두려워한 오웰이 지금의 시대를 보면 무어라 말할까?

전체주의 독재체제 대신, 치솟는 능력주의를 삼킨 신자유주의가 마치 인간은 인간이 아닌 하나의 물질, 상품화하는 시대를.

스탈린 체제하처럼 밤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들이 아닌, SNS에서 끌려와 모든 사람들에게 신상이 공개되고 악플과 사이버불링에 시달리며 결국 목숨을 끊게 되는 사람들을.

투표권이 박탈당해 스스로 지도자를 뽑지 못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차별과 혐오를 가중시키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자신을 차별하는 정치인'의 지지자임을 선언하는 모습.

그가 그린 《1984》의 모습과 얼마나 다르다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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