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가 - 나에게 주는 최고의 이완과 휴식 인요가
폴 그릴리 지음, 이상희 옮김, 지문 감수 / 판미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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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부터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3개월 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보통 1년에 3~6개월)말고는 꾸준히 요가원에 나간다. 햇수로 따지면 벌써 7년이니, 이 정도면 ‘요가를 잘’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파스치모타나아사나할 때 발 앞쪽에서 손을 맞잡지 못할 정도로 몸이 뻣뻣하다. 예전엔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살람바 시르사아사나(물구나무서기) 같은 동작을 뚝딱뚝딱 해내는 걸 보고 자괴감이 들고 질투가 났지만 지금은 그저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에 만족한다.


 그런데 애초에 ‘요가를 잘 한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아사나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 호흡을 길고 깊게 쉬는 것? 오래도록 명상을 하는 것? 범사를 초월한 정신적 경지에 이르는 것? 아니면 이 모두를 다 갖춰야 하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매일 내 몸의 상태를 봐가며 좋은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수련을 이어나간다.


 처음엔 주로 아쉬탕가 요가를 중심으로 수련을 했는데 작년에 무릎을 다친 후 인요가 수업 위주로 듣고 있다. 요가를 운동으로 분류하고 수련한 후에 땀을 쫙 빼야 개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인요가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엔 인요가를 하고 나면 뭔가 요가를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애매한 기분이었는데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 덕분에 이제는 인요가를 통해 변하는 몸과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요가 전문가의 가르침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추천하는 책이 바로 정직한 제목의 책 ‘인요가’.


 인요가 창시자인 폴 그릴리가 요가에 입문하게 된 계기, 인요가 탄생 배경, 인요가의 수련 방법, 인요가의 동작, 호흡법, 앉는 방법, 명상, 차크라와 반다 등에 대해 조곤조곤한 말투로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호흡, 명상, 차크라와 반다 등에 관한 내용은 인요가뿐만 아니라 아쉬탕가, 하타 요가 등 요가를 수련하는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라 더욱 유용하다. 요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용어에 익숙지 않아 당황할 수 있는데 그럴 땐 책 가장 뒤쪽의 미주(p.208~211)를 먼저 읽으면 본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챕터 4 ‘자신의 수련을 계획해 보기’, 챕터 5 ‘인요가의 기본 동작’은 책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이다.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어떤 동작을 선택하면 좋을지 알려주고 저자의 부인이자 요가 수련의 동반자인 수지 그릴리의 사진을 통해 동작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인요가를 스트레칭이나 재활 운동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챕터 4, 5가 가장 유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책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듯 인요가는 우리 몸에 휴식을 주는 요가다. 아쉬탕가나 하타 요가처럼 몸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한 동작에 3~5분(또는 그 이상) 정도 머물며 내 몸의 변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정적인 요가다. 동작 안에 들어갔을 때 잠이 들어도 그것으로 괜찮다고 한다. 인요가 동작 중에도 움직임이 큰 양적인 동작이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큰 힘이 들지 않는 동작이라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인요가를 시작으로 요가에 입문하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처음부터 수련원 등록하기 부담스럽다면 (요즘같이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게 싫다면 더욱더) 친절한 길라잡이인 ‘인요가’와 함께 집에서 소소하게 요가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책 속 문장들


인과 양이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인은고정적이고, 움직임이 없으며, 감춰진 성격을 말합니다. 양은 변화하고 움직이며 드러나는 성격을 말합니다. 이들은 항상 공존하기 때문에,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p.45


적절한 자극은 인체의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입니다 ...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는 우주 비행사들은 단 몇 주 사이에 골밀도의 18%와 근력의 30%를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비록 중력의 힘만이라 할지라도 정기적 자극을 주어야 인체의 모든 조직들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p.55


인요가의 힘은 노력이 아니고 시간입니다. 결합조직은 온화한 자극에 천천히 반응하므로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기다리는 자세는 명상 수련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하면 된다! 어서 나가자!’ 같은 양의 자세를 더 장려합니다. 하지만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인내하고 감사하고 자족하는 인의 자세도 함께 키워나가야 합니다. p.61


‘상처받은 가슴’의 고통은 실제 가슴 깊은 곳에서 느낄 수 있지만, 그 고통이 정말 가슴 속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차크라는 육체와 관련 있지만, 동시에 육체를 넘어선 것이기도 합니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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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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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보는 한빛비즈의 교양툰! 작년엔 갈로아 작가님의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덕분에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스르한 여름을 보냈다면 올해는 해부학이다! 만화라 빨리 읽히긴 하는데 읽을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벌써 삼독했고 앞으로도 머리맡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읽을 예정.


 재밌어, 재밌는 건 말할 것도 없는데 엄청 유용해. 나처럼 무릎인대 파열되고 손목 터널 증후군 앓고 골반 비뚤어진 사람에게는 정말 한없이 유익한 책! 아프긴 아픈데 (의사의 설명을 들어도) 왜 어떻게 아픈지 몰랐던 내 몸에 대해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를 읽으며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요가를 하면서 항상 듣는 요방형근, 장요근, 이상근 등등의 위치도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까해만’을 읽고 나서 내 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더 잘 알게 되면서 내 몸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약골인 본인의 몸을 돌보며 해부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압듈라 작가님과 이신전심. 현기증 나니까 심화편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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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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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담대한 한걸음


이 책과 책에 나온 여성 예술가들에 바치고 싶은 말이다사실 2015년 이후로 아직까지 이런 주제의 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어쩌면 당장 눈앞에 있는 일들이 버거워서 예술로 눈 돌릴 수 없던 우리네 팍팍한 현실 때문이 아닐까도 싶긴 한데 지금이라도 이렇게 나와 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올해 봄에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하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회고전에 가고 싶었는데 망할 코로나 때문에 런던이고 자시고 당장 제주도 가는 것도 힘들어지다니무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최초의 회고전인데!!!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인 젠틸레스키의 회고전조차 2020년이 되어서야 열리다니그동안 우린 여성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박했는가화풍이 비슷해 동시대 남성 화가의 작품이라고 여겨지다가 여성 화가의 작품이라고 밝혀진 후(전문 화가의 길을 개척한 풍속화의 대가유디트 레이스테르순식간에 평가 절하되어 버리는 경우가 책에서도 나온다서양 미술사에 관심이 많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팬이라고 해도 좋은 나조차도 여성 예술가의 성취에 대해 참으로 무심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 예술가는 스무 명그중엔 생전에 이미 대단한 명성을 얻어 스페인 궁정화가로 활약한 이(운명은 만들어나가는 것소포니스바 앙귀솔라)도 있고 외젠 들라크루아에 필적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평생 부유한 삶을 살아온 이(오직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로자 보뇌르)도 있고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으로 혼자 작업장을 성공적으로 꾸려낸 젠틸레스키 같은 이도 있다하지만 정말 하나같이 모두어쩜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후엔 잊힌 사람이 되고 만다문서로 남은 기록은 전무하다시피 하고 그들의 작품은 동시대 남성 예술가의 작품으로 둔갑하며 성취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아마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엄청나게 조사를 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정보밖에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했을 수도 있겠다하지만 그렇기 때문이 이 책이 더욱 의미 있는 한권이라고 생각한다덕분에 잊힌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어엿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으니그것이 단 한줄이름뿐일지라도 참 다행이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가 마중물이 되어 많은 이들이 잊힌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길 바라본다.


책 속 문장들


현재 전 세계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남성 미술가 대 여성 미술가 전시회 비율은 70:30이라고 한다지금도 이런데하물며 여성의 사회 활동이 극도로 제한받은 가부장 시대에 여성이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실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홀히 하고 전시에서 누락시킨 미술관 역시 차별의 미술사를 만든 암묵의 협조자였다. p.13


화가가 자화상을 그릴 때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가 그림에 드러나기 마련이다자신만만한 표정과 여유로운 자세레이스테르의 자화상에는 성공한 화가로서의 자부심과 당당함이 녹아 있다. p.57


프란스 할스의 작품 중 수작으로 평가되던 <즐거운 커플>은 19세기 말 네덜란드 미술사학자 코르넬리스 호프스테드 데 그루트에 의해 결국 레이스테르의 작품으로 판명되었다그런데 그토록 극찬하던 이 작품이 할스가 아닌 한 무명 여성의 그림으로 밝혀지자 미술사가들은 그림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그만큼 미술계에는 성차별이 만연했다. p.60


어머니와 아이를 그린 작품들은 마치 마돈나와 아기 예수를 그린 종교화의 구도를 연상시키는데이것은 카사트가 육아를 여자라면 누구나 쉽게 해내는 그림자 노동으로 보지 않고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로 생각했음을 드러낸다남자의 사회생활만큼 존중받아야 할 일 말이다. p.99


장인의 바람대로 자피는 가정적이었고 열한 명의 아이를 양육하는 데 헌신적이었다덕분에 폰타나는 계속 그림을 그리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엄격한 가부장제 사회였던 약 500여 년 전이 부부는 아내와 남편의 성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삶을 살았던 것이다. p.122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당신은 한 여자의 영혼에서 시저의 정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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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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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간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 유현준 건축가님의 책은 항상 흥미롭다. 신간 <공간이 만든 공간>의 두 권의 전작을 총망라한 종합판. 건축가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장 도입부에 연표가 나오는데 기원전 9500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1500년 이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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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동서양의 문화 차이의 원인을 강수량 1000밀리리터 선에서 찾고 알파벳과 한자, 체스와 바둑을 예로 들어 설명한 3, 4장이었다. 특히 space와 空間의 차이를 설명한 꼭지는 제금까지 두루뭉술하게 생각한 바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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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의 공간을 뜻하는 단어는 ‘space’다. 이 단어는 우주을 뜻하기도 하는 ‘universe’와 같은 의미다. ‘universe’는 ‘cosmos’와 동의어다. 그런데 ‘cosmos’는 ‘규칙’이라는 뜻을 가지기도 해서 ... 서양인의 머릿속에 ‘공간은 수학적 규칙을 갖는 것’이라는 관점을 엿볼 수 있다 ... 동양의 공간은 비어 있다는 뜻의 한자 ‘공(空)’과 사이라는 뜻의 한자 ‘간(間)’이 합성된 단어다 ... 동양에서 공간이라는 단어는 ‘비움’과 ‘관계’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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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데이 (대형 지도 증정) - 2019-2020년 최신판 Terra's Day Series 6
전혜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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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편이 상세히 나와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텍스트 양이 어마어마;;; 여행 준비가 엄청난 공부가 되는 느낌적인 느낌이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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