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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ㅣ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평점 :
직접 장례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례식은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고 추억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돈 계산만 하다가 끝난다는 사실을. 케이블 방송을 보면 지겨울 정도로 나오는 상조회사의 광고야말로 장례식은 돈이 된다는 방증이리라. 10년 전,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까운 사람의 장례식을 치른 적이 있는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아, 이 책이 더 일찍 나왔더라면 좋았을걸.’이라고.
저자인 케이틀린 도티는 젊은(30대) 여자 장의사이다. 1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부럽다...) 유튜버이기도 하다. 처피뱅 스타일의 앞머리, 장난기 어린 표정, 냉소적인 유머 등 타인의 죽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한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책 구석구석에서 변질된 장례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하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다른 나라의 장례문화를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고단한 여행길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인도네시아, 멕시코, 스페인, 일본, 볼리비아의 장례문화와 미국의 일반적이지 않은 장례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장례문화에 익숙한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인도네시아, 멕시코, 볼리비아의 장례문화는 매우 특별했고(이상한 게 아니다) 스페인, 일본의 장례문화는 익숙한 듯 새로운 시도로 보였다. 특히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 고인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인 일본의 라스텔(last+hotel)은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점은 형식이 아니라 고인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생전에 고인과 알고 지낸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예를 들면 장의사)이든 말이다.
책 제목은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지만 내가 아직 젊기 때문인지 나의 죽음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더 깊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뭐, 돌아가신 다음에 아무리 잘해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은 10년 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고 너무 잘 알고 있다. 뻔한 말이긴 한데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합시다, 모두.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 카페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