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역시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 1>을 읽은 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 이후로 나카노 교코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되었고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무서운 그림> 시리즈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계속해서 번역되는 그의 책을 꾸준히 찾아 읽었다. 하지만 최근 4~5년 동안 너무 바빠 꼭 필요한 책이 아닌 지적 유희를 위한 책을 별로 읽지 못했는데 코로나로 강제 칩거 중인 2020년 초겨울, 그의 신간이 반갑기만 하다.
<욕망의 명화>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예지 ‘문예춘추’의 연재기사에 실린 작품 중 26작품을 골라 묶은 책이다. ‘문예춘추’에 실리는 기사는 서양사 전반을 다루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욕망’에 관한 작품만을 모아 주제의식을 뾰족하게 했고 잡지에 실리는 기사보다 글의 분량을 늘렸다고 들어가는 글에서 밝히고 있다.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 그리고 욕망의 끝. 책은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나 역시도 쭉 훑어보다가 마음 가는 작품에서 멈췄다가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곤 했다. 책은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보통 도판을 큼지막하게 보여주고 시작하는 대부분의 미술 관련 서적과는 달리 작품의 일부만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 후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 과연 무슨 상황일까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미술 교과서에 반드시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 같은 경우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독자가 많겠지만 오브리 비어즐리의 ‘춤추는 여사제의 보상’, 외젠 카리에르의 ‘아픈 아이’ 등 생소한 작품은 페이지를 넘겨 친절한 큐레이터인 나카노 교코가 그림을 ‘읽어’ 주기 전에 한껏 상상을 하게 된다.
마지막 꼭지인 욕망의 끝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 단테의 <신곡> 속 지옥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작품은 없다는 절찬을 들은 작품이다. 영화 ‘인페르노’에서는 단테의 데스마스크를 찾기 위한 결정적 단서가 바로 이 ‘지옥의 지도’에 숨겨져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들은 과연 이 그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토록 끔찍한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신을 따르고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을까, 아니면 아직 가보지 않은 지옥이 두려워 현생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게 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최후의 만찬’ 등 교회를 위한 작품을 여러 점 그렸으나 종교에 경도되지 않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거침없이 예수의 나신을 그렸지만 신실한 기독교도였던 미켈란젤로,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두 르네상스인에게 묻고 싶어졌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