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찬란하게
오지영 지음 / 몽스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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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찬란하게

이상하다.

찬란하다, 라는 단어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뜻인데.

왜인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진다.

몇년 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의 부제가

"쓸쓸하고 찬란하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내 마음 속 한자리에 계신 내가 사랑하는 가수,

채동하의 음악을 난 '찬란한'이라고 표현한다.

찬란하다는 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게 아닐까.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마치 이 세상 같다.

나는 아직 어리지만, 그래서 이 책을 제대로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이 세상이 제목과도 같다는 것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의 행복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고

'슬픔'을 무시하지 않고

'행복'과 '슬픔', 그런 모든 자연스러운 감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삶이야말로

찬란하지 않은가.


소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패션모델이라는 일을 하기에 남들에게 화려함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반면에 더 심플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마음 속의 울림으로 어떤 거리감 같은 것이 늘 함께 한다.

지나치게 유명해지는 걸 싫어하면서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모순도 있다.

모델로 지내온 습성이 있어 패션에 민감하지만 이런 것들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갖는 순간도 종종 있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모순투성이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소박한 삶을 살려고 하는.

매일의 작은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나의 눈이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보석같은 눈이 되어지기를.

p.63-64

저자는 스스로 '모순투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래서, 이분이 "사람답다"라고 느꼈다. 그와 동시에 "멋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모든 인간은 모순투성이이며,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나 또한 '소박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는 아주 이상적인 꿈을, '소박함'과는 거리가 먼 꿈을 가지고 있다.

아직 고등학생이라 매우 이상적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늘 이야기한다. 나는 "소박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인한" 삶을 추구한다고.

나는 그런 삶 속에서 강인하게 걸어나갈 것이고,

또 함께 걷는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음악, 예술, 연극, 책 등 내가 사랑하는 많은 소소한 것들과 함께 할 것이다.

매일의 작은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나의 눈이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보석같은 눈이 되어지기를.

이전 서평에서 이 말을 언급했었다.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작은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 책의 사진을 찍으면서 제주도와 관련된 장식품을 찾다가 돌하르방과 같이 찍었다.

나 또한 본가가 제주도이므로 이 책에서 제주가 언급됨에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고 또 자연과 이 세상에 경이로워 한다.

그래서, 이 에세이가 반가웠었던 것 같다.

진정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기술이 발전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나 또한, 가짜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진짜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삼천포행

작년부터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음원 사재기" 사건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사건의 발생이 단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애초에 음원 유통 구조가 '독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보지 않고 '돈'을 보고 있다.

그러니, 진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묻혀 있다.

음악 시장은 건강하지 못하다. 애초에 건강하지 못했으니, '음원 사재기'라는 합병증이 온 것이다.

물론, 사재기를 거행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그들은 '과욕'을 부린 것이니.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는 가수로 유명한, sg워너비의 김진호(내가 팬이다)가 사재기 논란 당시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있다.

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더러운 욕심과 구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짜"를 알아 보는 것. 멜론이, 쥐어주는 차트나 추천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것. 그것이 리스너들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이 세상이 '진짜'를 사랑하고, 소소함을 사랑하고, 찬란함을 알아볼 줄 아는 세상이기를.


이 책은 참 신기하다. 정말로 천천히 읽고 곱씹으면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저자의 이야기가 세세하게 혹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이게 단점이 아니다.

대신 내 생각을 많이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분이 어떤 삶을 살아오는지를 되짚어 보고 읽으면서

나의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한다.

나는 이 책을 우연히 신청해본 서평단으로 읽게 되었지만..

이런 우연을 만나 너무나도 고맙다.

그냥, '나'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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