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광장 사막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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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어렸을 적 이솝우화집을 읽었던 걸 기억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진짜 독서를 취미로 시작한 이후로 우화집을 읽은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이광호 우화집 "숲 광장 사막" 독서를 시작했다.

이 책을 받은지 한 2주 된 것 같은데, 매일매일 읽었지만 우화집에 담긴 의미를 곱씹으며 읽다보니 참 오래 걸렸다. 우화집의 매력은 곱씹고 또 골똘히 생각할수록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여기서 몇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공원 나비와 애벌레 (요약)

애벌레들은 하늘을 나는 푸른 빛의 나비를 보며 "그들은 공원에서 곱게 자란 애벌레니, 저 날갯짓은 다 가짜야"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삶의 고통을 모르는 자의 날갯짓에는 관심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 이제 번데기가 되어야 할 시간이라고 하자, 번데기가 되면 어둡고 외로운 시간을 견디다 결국 죽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p.36-37

이 이야기를 읽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웃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하는 말 같지 않은가.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들은 부모님이 부자일 것이고 집이 잘 살거야 라고 막무가내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저 사람들은 나와 달라. 저들은 재능을 타고난 거야."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에 성공한 사람들 또한 번데기의 어둡고 외로운 시간을 견뎠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과 시간들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저기 나오는 애벌레들과 무엇이 다를까. 결국 성공을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한 법, 누군가의 노력과 그 시간, 과정들을 볼 줄 아는 따뜻한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돈과 행복

어느날 마을에서 가장 부자인 할아버지가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말하며 화폐를 태운다. '나'가 "돈은 행복과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하며 할아버지를 말리자 그는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고 말하며 계속 태우려고 한다. 그러자 '나'는 교환하지 않은 것은 할아버지인데 왜 돈을 탓하는가, 지금이라도 교환하라고 말한다.

p.108-110

내가 삶에 대한 가치를 배우는데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분야는 '음악'이다. 가수도 물론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한 분이 계시다. 엄청 유명한 작곡가라던가,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게 누구보다 멋있고 존경하는 분이다. 바로 더 크로스의 멤버, 해적선의 선장! 캡틴 이시하다. 예전에 2015년도 쯤에 팬들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한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하신 말 중에 '행복'에 대한 그의 철학이 인상 깊었다. 평소에 내가 생각하던 행복론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복론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방우정 강사님께서 "하고 싶어 하는 걸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저는 서른이 되어서 우울을 많이 겪었어요. 내가 이렇게 우울해지다니, 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굉장히 암흑과도 같은 시간인데,

나는 우울증에 빠졌고, 벌이가 예전 같지 않아서 아이한테 좋은 것을 해줄 수 없었고,

그 와중에 친구 한 명이 사고가 나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었고, 고인이 되었고..

그리고 혁건이가 사고가 나고..

제 삼십대 초반이 우울한 시간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했고, 하고 싶은 것 많이 했는데 왜 내 삶이 우울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걸 하건, 하기 싫은 걸 하건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거에요.

조그마한 것 하나에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고 주변에서 밥을 먹으면서 행복을 느낄 줄 알고,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다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지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제가 살아온 바에 의하면 그래요.

.. 혁건이랑 다시 음악을 시작할 때 쯤 이런 철학이 확립된 것 같아요.

한 3년 전이죠? 한 3년 전에 혁건이가 말도 안되는 노래를 시작했을 때,

도저히 못들어주겠는 노래인데, 예전 같으면 제가 쌩난리를 쳤을 거에요.

근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에 감동 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듣고,

얘가 노래부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말도 안되는 노래를 들으면서. 행복이라는 거 그런거 아닐까요?

*수치적인 이야기인데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연간 7000만원 까지에요.

그 이상을 넘어가면 행복은 한계가 있다는 거죠..

(캡틴: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그 칠천 벌기 쉽지 않다는거!! 그래서 솔루션은 로또! 여러분 로또하세요!)

20151128 이시하의 보이는 해적선 라디오 (출처: 더크로스 공식 팬카페)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

내가 늘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예쁘고 잘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가? 아니다. 그리고 행복이 만능은 아니다. 행복과 우울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아주 모순적인 놈들이다. 우화집에서 돈과 행복에 대해 말한다. 돈으로 행복을 교환하라고. 나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행복은. 나는 음악을 들을 때, 뮤지컬을 볼때, 책을 읽을 때 행복하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cd 혹은 음원이 있어야 하고, 좋은 음질의 스피커이면 좋고, 뮤지컬 티켓을 구해야 하고, 책을 사야 한다. 결국, 내 행복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친구들과 함께할때, 가족들과 함께할 때.. 등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결국 "돈"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자신의 "진짜" 행복을 위해 사용하지 못한 할아버지가 어리석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은 억지로 회피하고 "돈"을 탓한 것이다.


총평_

난 이 책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이광호 우화집이 지향하는 가치와 내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바로 '사랑'이다. 누군가 풍자가 있는 우화집에 무슨 사랑이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묻고 싶다. '사랑'이 뭔가? 내가 말하는 사랑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그 일부일 뿐이다. '사랑'은 매우 총체적인 개념이다. 세상을, 가족을, 사람을, 자연을, 작은 물건을, 내가 키우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을,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경이로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꼬집고 있는 것과 경각심을 들게 하는 것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시 생각하라는 주문이다. 이미 세상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이런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풍자가 담긴 우화집이라고 하지만, 놀랍게도 세상에 대한 비난이나 경멸 등 염세적인 모습보다, 그 세상을 다르게 보고 우리가 살고 바꾸어나아가야 할 곳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책이다.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 나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몽상가들을 위한 말이자, 좁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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