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중 고등학생 시절 역사과목을 통해 배운 이야기나 tv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접하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정보들을 통해서밖에 알지못했습니다.그래서 막연히 한 임금의 업적이나 역사적 사건으로만 조선의 역사를 인식할뿐 시민들의 식생활이나 실상을 알 수 없었습니다.그런 저에게 조선이라는 우리의 역사를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나 업적을 통한 인식이 아닌 한 외국인 부인의 시선으로 조선을 그려낸 책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면서 신기했습니다.왜 귀부인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왔는지 궁금함을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언더우드 부인은 1851년 미국 뉴욕출신으로 시카고 여자 의과대학 재학시절 장로교 선교위원회의 요청으로 1888년 조선에 오게 되었습니다.조선에 도착하자마자 명성황후 민씨의 시의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서양 병원인 광혜원의 부인과 책임자로 일했습니다.조선의 국모였던 명성황후곁에서 모시던 시의라는 사실은 몰랐던 사실인지라 흥미로웠습니다.그녀는 30년이 넘도록 조선에서 생을 보내며 격동기의 조선 땅에 살며 기독교 선교활동 및 의료사업과 교육사업까지 조선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견문록이라함은 보고 겪은일을 정리한 기록인바 이 책은 언더우드부인이 30년이 넘도록 긴 시간동안 겪은 경험과 조선의 모습들을 그녀의 시선에서 생생한 필치로 그려내었습니다.

 



 

<1900년대 초의 제물포의 모습과 1902년 서울시내 풍경입니다>

 

거칠고 검은 그들의 긴 머리털은 빗질을 하지 않아 엉망진창이었는데 더러는 한 가닥으로 땋아 내리기도 했으나 거의가 머리 꼭대기에 되는 대로 매듭을 묶어 놓았다.목과 얼굴 언저리에 흘러내린 머리카락들은 흉측하고 지저분해 보였다.생김새로 보아 그들은 몽고족이었고 입고 있는 옷말고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들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으나 대체로 그들보다 키가 컸다. -조선인을 처음으로 본 언더우드 부인의 묘사 - p.17

 

와~ 불과 100여년전이건만 이토록 상이한 우리의 삶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1900년대에만 해도 우리의 삶이 이토록 피폐하고 비문명화된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해보입니다.미국인이었던 그녀가 낯선 이국땅을 들어서며 느끼는 심정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마치 그녀와 함께 조선땅을 거니는 느낌마저 듭니다.

 

참으로 놀랍게도 성문을 들어서서 이 지저분한 길거리를 지나자 갑자기 잔디와 꽃과 숲과 나무들이 가득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선교사의 집을 보게되었다.천장에는 무게있고 정취있는 거무스름한 대들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고 벽은 아름답게 도배가 되어 있었으며 양탄자며 편안한 가구들과 방들은 널찍했다. - p.22-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병원인 광혜원과 당시의 대동강의 풍경>

 

단순한 조선의 정취나 풍경묘사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이야기들도 포함되어서 격동의 시기의 조선의 한 단면의 역사를 옅 볼 수있습니다.물론 그녀는 조선의 역사의 일부조차 모르는 사람이기에 그녀가 의도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정말 그녀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그려낸 이 책에는 을미사변, 즉 1895년 일본 공사 미우라가 훈련대와 병사 및 낭인들로 하여금 경복구에 침입하여 명성왕후 민씨를 시해한 사건또한 그녀의 시선으로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명성왕후께서 시해된 옥해루의 모습또한 기록되어 있어 살아있는듯 다가오는 비극의 역사에 비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오히려 조선에 대한 역사적인 식견이 없기에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강대국의 국민인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조선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은 다소 우월주의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녀가 조선이라는 이국땅에 뜻을품고 온 순간부터 그녀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땅에서 우리와 함께했습니다.오히려 그녀는 역사학자도 아니며 인류학자도 아니기에 더욱 그녀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우리의 모습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p.s)불과 100여년만에 이토록 성장한 우리 대한민국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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