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 - 한 ‘비전향장기수’의 삶, 그리고 그 삶을 넘어서는 염원
신현칠 지음 / 삼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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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의 형상, 성질 등의 특징이 달라지는 것,즉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도 있고 새롭게 되는 것을 변화라고 말합니다.그런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변화란 말 그대로 달라지는 것인데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니..언뜻 제목만 보고서는 쉽사리 이해가 되지않았습니다.

 

이 책에는 한 비전향장기수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저로서는 이념의 갈등이 있었던 시기의 현장에서 그 고통과 아픔을 느낀적인 없기에 비전향장기수라는 개념을 듣고는 갸우뚱했습니다. 그래서 살펴본바 해방 이후와 6.25전쟁 당시의 빨치산 및 인민군 포로, 6.25전쟁 이후 북에서 남파된 정치공작원, 통혁당사건 등 남한에서의 자생적 반체제 운동가 출신, 1970년대 이후 해외활동으로 체포된 재일동포, 1970년대 중반 이후 인혁당 등과 같은 사건으로 연루된 인사 등으로 분류하며 그들이 가진 사상의 전향을 거부한채 장기복역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비전향장기수라는 개념조차 저에게는 희미한 존재였기에 더욱이 이 책의 저자인 신현칠씨는 낯설었습니다.하지만 그의 수필,일기형식의 단편적이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글 속에서 고매한 성품이 절로 느껴졌습니다.그제서야 제목의 글귀가 가까이 다가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분명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리고 변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음으로서 그 모습과 뜻이 더욱 확고해지고 명확해지는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사실 전향했다면, 그의 사상의 양심을 포기하고 변화에 수긍했다면 그는 오히려 지금보다 편하고 자유스러운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는 고집스럽다고 생각할만큼 자신의 사상의 양심에 충실하며 거짓된 마음에 휘둘리지 않습니다.그에게서는 조선시대 대쪽같은 선비의 절개가 느껴집니다.감히 저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꼿꼿한 성품에 경외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신현칠씨는 잘못된 시대의 결과가 낳은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역사적 시대적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의 결과로 국내의 상황은 사상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변명의 대상으로서 그들이 가진 사상에대해 잘못을 물어야 했기에 비전향장기수라는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사실 아직까지도 우향후가 아니면 좌파빨갱이라는 색깔론을 들이대어 옳고그름의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더욱더 안타깝기만 합니다.시대적 피해자들인 비전향장기수라는 결과물을 낳으며 많은 오류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타인의 견해와는 관계없이 하나의 사실이나 관점 또는 사상을 유지하거나 생각하기 위한 개인의 자유가 견고하게 자리잡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역사에 현역으로 참가하지 못하여도 현역의 정신으로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까.시대의 움직임에 대해서 기뻐할 것은 기뻐하고 분노할 것은 분노하고 슬퍼할 것은 슬퍼하면서 사는 것.비록 싸우지는 못하고 나 혼자의 마음속 일인 것이 못내 슬프지만, 나의 지나온 날도 대개 그러한 것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더욱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 - 본문내용중 발췌 -

 

이 짧은 몇 마디의 말 속에 그의 삶과 그 삶을 넘어서는 염원이 담겨있는듯 합니다.변하지 않는 것(뒤떨어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조금이나마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참뜻을 알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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