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노예
로버트 라이시 지음, 오성호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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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사는 우리는 무척 바쁘다. 우리나라도 1950-60년대의 어려운 시절을 지나 새마을 운동이라는 근대화의 작업을 통해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70년대를 넘어서 경제 선진국인 OECD에 가입한 것이 1996년이었다. 그리고는 97년 12월 우리는 IMF의 철퇴를 맞아서 암울했던 시절을 거쳐 지금도 그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내가 보냈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없고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이 있다. 먹기 싫은 수제비를 먹어야 했던 기억도 있고, 학교에서 혼식을 검사한다고 선생님이 도시락을 검사하던 시절이었다. 확실히 지금이 그때보다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잘살게 되었다. 비록 지금 경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력이 12위인 부강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어느 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고속성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지만, 그 대가는 너무 가혹하다. 우리는 경제적 부흥 대신에 고향, 생태계 파괴, 전통문화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대가는 풍요의 환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이 점점 나빠지고, 황폐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육체적인 것은 좋아지지만, 영적인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경제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한 책이 바로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의 [부유한 노예]이다. 이 제목은 역자가 옮긴 것이고, 본래의 제목은 "The Future of Success"이다. 즉 성공의 미래이다. 우리가 달려가는 성공의 끝은 무엇인가? 우리는 성공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바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성공은 돈을 많이버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 끝은 부유해지지만 결국 노예와 같은 인생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미국 클링턴 대통령의 친구이며, 다트머스 대학 수석 졸업,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예일 법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정도의 경력이라면 미국에서 최상의 것이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과 친구이며, 그와 함께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해서 정력적으로 일을 한 인물이다. 그러다 그는 돌연히 사퇴를 하고 가정으로 돌아간다. 그는 장관 시절에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했다. 그는 자녀들과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오직 일만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삶이 불균형하다는 것을 깨닫고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임한다. 그의 사임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가장 큰 문제제기는 이렇다. 25년 전 보다 지금이 더 많은 돈을 벌면서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 쓰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을까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와졌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고, 남자 혼자 벌어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다. 그 이유는 지금 신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 혜택은 더 필사적인 삶, 불안감, 빈부격차와 사회적 분화 현상의 심화라는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게 한다. 우리는 얼마전만 해도 김치 냉장고가 없었다. 그냥 냉장고에 김치칸 정도 있었다. 그러나 2-3년전 부터 갑자기 김치 냉장고 선전을 하더니 이제는 집집마다 김치 냉장고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 우리의 약간의 입맛을 위해 우리는 또다시 김치냉장고를 사야한다. 그리고 그것을 놓기 위해 다시 집을 넓혀야 하고, 집을 넓히려니 부부가 함께 일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서로 대화의 시간이 부족하고 자신의 삶에서 일과 생활을 균형 맞추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 불행한 사이클의 구조가 현대인의 삶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변화와 과정을 경제적 지식과 통계와 자료로 우리에게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일과 삶의 나머지와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개인적인 선택과 사회적인 선택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며, 자신이 보다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선택은 마치 민주당의 선거 공약과 비슷한 느낌이다. 경제적인 부의 분배를 골고루 하고, 보험제도를 활성화 하며, 복지제도를 개선하여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결론은 진부하기 하지만, 우리 크리스챤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사실 우리 역시 일과 삶의 부분을 균형있게 하기가 쉽지 않다. 막스 베버(M. Weber)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를 근면의 윤리로 파악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제 근면은 무엇을 위한 근면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심이 아니라 균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님의 가치관을 장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주님은 이 땅의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을 보라고 하시며, 자신이 아니라 이웃을 향해 눈을 돌리라고 말씀하신다. 이 책은 고든 맥도날드의 [내면세계와 영적질서]의 세속적 경제판이다. 이 책에서도 중요한 것은 영적인 균형이다. 삶에서도 이러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 책 [부유한 노예]는 미국의 중산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책은 경제적 부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을 향한 경고이다. 더 이상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고 진정한 인간의 길을 가라는 라이시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 오직 물질의 노예가 되어 달려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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