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끝난 느낌이라 조금 아쉽지만 마츠모토 타이요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만화를 애정하는 사람이라 만화를 창작하며 고뇌하고 열정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재밌게 읽었다.“처음에는... 책을 완성해야만, 그리고 그걸 많은 독자분들께 선보이고 감상을 들어야만 비로소 큰 기쁨을 얻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고통… 그 여정 속에야말로 진실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
소설은 '닐'이라는 화자가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듣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풋을 강요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준다. 닐은 지적인 그의 매력에 이끌려 졸업 후에도 함께 점심을 먹으며 역사와 철학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만남을 이어간다. 어느 날 갑자기 엘리자베스 핀치가 세상을 떠나고 그가 쓴 노트와 서류 등의 유품을 전달받으면서 자신의 미완성 과제였던 배교자 율리아누스에 관한 에세이를 완성하려고 한다. 자연스레 엘리자베스 핀치를 회고하며 자신이 몰랐던 진실에 다가간다. 역사적 사실과 엘리자베스 핀치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복집하게 만들어서 책을 쭉 읽기가 쉽진 않았다.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의 수업 내용을 자꾸 돌아보게 만들면서 오해와 오독, 내가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