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타이요 작가의 만화책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영화화된 <핑퐁>의 원작자로만 알고 있다. 그림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선뜻 읽지 않다가 우연히 <동경일일>의 소개글을 보고 관심이 갔다. '만화 출판사의 중년 편집자'가 퇴사로 시작되는 이 책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푹 빠져 읽을 수 있다. 그림은 불호지만 스토리가 내 취향이라 2권, 3권까지 사게 됐다.
표지에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듯한 여성이 있고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가면서 책을 읽었다. 여자의 미소띈 얼굴, 파스타를 먹는 모습, 바다를 보는 뒷모습... 그러다 쿵!하고 반전을 느끼게 된 순간부터 한 카페에서 개와 함께 있는 노년의 남자의 모습에서 쓸쓸함과 그리움을 느꼈다. 누군가의 회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표지 속 여자가 아니라 이 사람의 것이었구나를 알게 되니 그림책을 다시 처음부터 읽어 보게 됐다. 오래된 사진을 보는 듯한 빛바랜 갈색무드의 그림들이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부재와 상실에 대한 감정을 짙게 남겼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상실을 겪어본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들의 카페는 기억하지?당신은 알까? 여전히 나는 그곳에 가.하루도 빠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