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의 글자 없는 첫 그림책이라 해요. 제목과 책 뒷표지의 작가의 말 외엔 그림만으로 연결된 책이라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 조금 낯설었어요. 책을 펼치면 양쪽 페이지에 똑같은 사람이 같은 동작을 하고 있지만 그의 손에 다른 소품을 쥐어주고 배경을 다르게 그려 다양한 상황으로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의 행동에 담긴 메세지를 찾고자 여러번 책을 보며 그림을 눈에 담았어요.처음엔 뒷짐을 진 남자가 그림을 보는 듯한 뒷모습이 나오고 그의 손에 수갑을 채우니 범죄를 저지른 무서운 사람으로, 그의 앞에 문을 그려주고 꽃을 쥐어주니 고백을 앞둔 로맨틱한 사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했어요. 첼로를 연주하는 여자의 손에 활 대신 매를 그려주고 아이를 때리는 모습과 보트에서 떨어져 바다에 가라앉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섬뜩했다가, 같은 동작으로 여자가 노인의 어깨를 감싸고 있고 남자가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내는 모습으로 보일 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앞에 나왔던 인물들이 서로 이어진 모습으로 연출되어 묘한 희망의 기운이 느껴졌어요.마지막에 보트없이 텅 비어 있는 고요한 바다가 마음을 건드리면서 유독 전쟁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작가의 말처럼 내 안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그림책이었어요.-"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의 말 중::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