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성에 관한 사유들
빅터 브롬버트 지음, 이민주 옮김 / 사람의무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병실에 누워있는 죽음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노모에게 그녀는 단절되었던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노모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녀는 떠나간 노모를 그리며 슬피 운다. '

예전에 보았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저 장면을 보고 한동안 그녀는 무슨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을까 단지 딸로서 다시 인정받기만을 원했던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둘러싸인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죽음이라는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저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빠른 시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야만 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유한성에 관한 사유는 그리 매력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에게 이런 책이 환영 받는 이유는 예술과 예술에 대한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유한함을 잊게 해준다라는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위안해본다.

본론으로 들어가 이 책은 프린스턴대 비교문학과 교수 빅터 브롬버트, 톨스토이에서 프리모 레비에 이르는 8명의 문학가들의 작품들, 그리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예전에 읽었던 몇 몇 책들처럼 베개로 사용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첫번째로 나오는 톨스토이 작품에서부터 사라졌다. 여러 작품들을 생각보다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의 작품이 가지는 암울한 분위기 삶에 대한 고통 그리고 공포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불편한 적이 있었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알겠지만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자, 다시 처음으로 영화속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 내 질문이 틀렸던 것 같다. 책을 읽고나니 그녀는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을까로 고치고 싶어졌다.

한 혈거인이 자신이 사는 동굴의 돌 벽에 물소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을 때, 그는 자신과 물소 모두 언젠가 죽으리란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로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이 최초의 예술가는 소멸해버릴 운명을 지닌 동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왠지 모르게 우리의 무존재를 부정해줄 방법이라고 직감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노모의 딸로서 세상에 살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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