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삶은 첫번째이고, 그래서 어려우며,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기가 힘들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평가가 절대적인 기준, 유일무이한 정답인가? 그럴 리가. 삶은 시험이 아니고 모범 답안도 없으며, 그 주인이 아닌 이의 관점으로 점수를 매겨도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는 바로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제목부터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세상에게, 라고 시작했고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우리가 처한 이 시대의 가혹한 잣대에 대해 살펴보고, 거기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영위하기 위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단, 이 책이 세상을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시선은 책을 읽는 독자들, 즉 사람들에게 온정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세상 탓이라는 식으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우리가 매일매일의 일상에 떠밀려 바쁘게 살아가느라 쉽게 깨닫지 못하는 문제를 짚어낸다.


예컨대 타인의 불행을 소비하는 콘텐츠-SNS 및 방송에 전시되는 행복한 삶이 이중으로 형성하는 문화적 구도 같은 것. 유행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 봤을 묘한 기분을, 저자는 양극성 감정이라는 정확한 단어로 규정하며 시대적 병증을 진단한다. 


극한의 전시,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지불이 일상이 된 시대는 건강하지 않다. 어딘가에서는 턱 빠지는 고가의 화려한 소비가 이루어지는 한편 또 어딘가에서는 전염병 시국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껄끄러운 신호를 무시하고 그 흐름에 몸을 내맡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은 바로 지금 여기의 다양한 문제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난 적이 있고 그래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각종 껄끄러움을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한다.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끄덕했고 드물게 일부는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일방적으로 생각을 주입받는 게 아니라 ‘요즘 어떤가’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었다.


진지함을 ‘오글거린다’는 말로 몰아넣고 공들인 사유에서 나온 대화를 꺼려하는 요즘(사실 이것조차 한물 간 경향이고 이제는 아예 진지함의 존재를 눈에 안 보이는 취급하는 정도까지 온 것 같지만), 비록 직접 대면은 아닐지언정 이 만남이 무척 귀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몇 살에 뭘 해야 하고, 몇 살까지 뭘 안 하면 안 되는 세상에서 그 대부분의 것들을 안 지키면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