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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경험 -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과 공감하다
이상원 지음 / 넥서스BIZ / 2022년 5월
평점 :
1.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인데, 그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어째 아리송하다. ‘어, 온라인 가상세계?’ 정도일까?
이 책에서도 ‘메타버스란 이것이다’ 하고 확정하지 않는다.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아직 합의된 정의를 갖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명쾌하게 한 줄로 제시될 수 없고, 현재의 기술 중 어떤 것이 메타버스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추구의 대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정도로 설명될 수 있을 뿐이다.
아직은 막연하고,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니 다르게 이해하며, 그것을 표방하고 나온 상품들도 뭔가 시원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제 시작 단계인 그 단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이 메타버스로 향하게 만든 맥락과 주변 개념부터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부분, 맥락과 주변 개념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광범위하며, 짤막한 꼭지로 나뉘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디지털 환경의 인터페이스 디자인, 크라우드 펀딩, 여러 세대의 아날로그 취향, 리얼리티 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및 NFT 등등. 각각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과 SF 소설을 비롯한 대중적인 미디어 작품 들을 적절하게 제시하며, 그것들을 기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분석하여 이해가 쉽다.
물론 이과적 시각에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뼛속까지 문과인 내게는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기준으로 새삼스럽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친근하고 재미있었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가 연구 및 사례,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등을 자주 언급했었던 강의 자료를 업데이트하려던 데서부터였다고 하는데(259쪽) 그래서인지 교양 강의를 수강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저자는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단순히 기술 발전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종합적인 생활상에 일어날 어떤 도약이라고 전망한다. 정말로 인류의 시대를 구분 지을 정도의 혁신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관점 자체는 흥미로웠다. ‘메타버스 그거 나 어릴 때부터 했던 온라인 rpg 게임 월드랑 뭐가 다르냐’는 생각이 있었는데, 과학자의 미래 확신에 설득되어 ‘그게 오긴 오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묘한 경험도 했다.
2.
최첨단 기술이 추구하는 결과나 그것으로 말미암아 도래할 근미래 세계, 혹은 그런 세계를 대비해 ‘남들보다 앞서’ 해야 할 일. 그런 것들은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허황된 망상이 되어버리기 쉽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현혹해 붕 뜨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문외한이지만 적어도 그런 것이 과학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런 점에서 『메타 경험』은 과학적인 책이다. 기술이 어떻게 해서 현재에 다다랐고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 현실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현실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발밑을 단단히 다져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알고 싶어지는 입문서, 첨단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는 트렌드 읽기 도서로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