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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차를 개는 단정한 손끝으로 인생을 녹여내다.”
진한 삶의 문장이 선사하는 묵직한 여운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사랑받아 온 숨은 명저
스무 살 ‘노리코’는 엄마의 권유로 다도를 접하게 된다. 고리타분한 전통이라 생각하면서도 노리코는 남다른 몸가짐에 똑 부러진 성격을 가진 ‘다케다’에게 다도를 배워보기로 한다. 그저 차를 타서 마시면 될 것을, 다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동작과 엄격한 규칙들로 가득하다. 방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왼발부터, 다다미 한 장은 여섯 걸음으로. 거기다 왜 그렇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는 의미는 몰라도 되니 어쨌든 그렇게 해야 한다고만 한다. 다실에 걸려 있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글귀는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다.
무엇 하나 분명히 손에 잡히지 않아 노리코는 불만이다. 취업도 연애도 마음처럼 되지 않고, 남들과 달리 저만 멈춰 있는 것 같아 불안한 그녀에게, 다도는 그저 알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차’는 그녀에게 조금씩 깨달음의 순간을 선물하기 시작한다.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25년, 그녀의 인생을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76p
자,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는 거야. 지금 눈앞에 닥친 일을 하도록 해.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는 거야.
257p
눈을 뜨렴. 인간은 어떤 날이든 즐길 수 있어. 인간은 그 사실을 깨달을 절호의 기회가 연속되는 가운데 살아가고 있어. 지금 네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야.
277p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거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자신을 만들어 가는 거야. 인생은 긴 안목으로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거니까.
노리코는 스무 살에 엄마의 권유로 다도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매주 토요일 배우기 시작해 25년간 다도의 길을 걷는다. 그동안에 다도에 대한 깊은 배움을 얻게 되고 이와 더불어 인생과 자연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도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다도가 이렇게 깊고 넓은 세계인지 몰랐다. 주인공 노리코가 처음 다도를 접하고 매주 토요일에 다케다 선생님댁을 찾아가 다도를 배우는 과정이 신기하고 생소했다. 고등학생이었던 노리코가 40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도와 함께 힘든 시절을 겪고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자연과 어울리는 삶에 대한 배움을 얻는 것이 인상 깊었다. 결국 노리코가 배운 것은 다도만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따듯한 차 한 잔을 마시는 듯이 책을 읽는 동안 복잡한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노리코가 다도를 배우는 시기와 과정이 꼭 나와 닮았다. 우연한 기회로 꽃꽂이를 배우게 되고 내가 몰랐었던 넓고 깊은 꽃의 세계에 입문하고 그와 더불어 사람을 대하고 내 인생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도 노리코처럼 꾸준하게 배우다 보면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추운 겨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