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 -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청전 스님의 만행
청전 지음 / 휴(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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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글 속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 주위의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책 한 장 한 장에 가득 들어 있다. 하룻밤 우연히 묵게 된 집에서 만난 할머니, 산 속 외딴 집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 기차에서 만난 어느 가출 노인, 병을 앓고 있는 시골 동네 할아버지... 이 모든 사람들이 스님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보듬어 주고 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동네를 떠난 이후에도 양말 하나, 염주 하나, 편지 한통을 보내며 이들을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외면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항상 관계를 유지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애정은 인도 땅에서도 그치지 않는다. 결국에는 티벳 노스님들을 모시고 , 티벳, 중국으로 효도관광까지 하게 된다. 비행기 한 번 타보지 않은 산골 노스님들을 여덟 분이나 모시고 두 달 동안이나 여행하기란 참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준비과정부터가 참으로 힘든 일이었을 텐데 글 속에는 힘든 일에 대한 불평보다는 노스님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가득차 있다. 심지어 한국까지 노스님들을 모시고 와서는 전국을 빙 돌면서 구경도 하고 순례도 한다. 순례여행 내내 스님은 노스님들의 '문화충격'을 재미있어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스님들의 행동을 관찰한다. 스님들의 실수에 함께 웃기도 하고 스님들의 눈물에 함께 가슴아파하기도 한다. 참 번거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일이었을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단지 노스님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도 스님에게는 충분히 보람있고 감동적인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글 마지막에서 스님은 자신의 '종교'가 '민중'이라고 한다. 오늘날 많은 종교인들이 종교의 이론이나 형식이나 교리에 매몰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스님의 글은 민중을 위한다는 것, 민중과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거창한 구호나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관심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향기가 나는 글을 통해, 인간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놓치지 않고 관심과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따뜻하게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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