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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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여단]
존 스칼지 지음 / 이수현 옮김 / 샘터 (2010년 7월).


[유령 여단]은 [노인의 전쟁]의 후속작입니다. 보통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지만, [유령 여단]은 전작보다 한층 더 스릴과 긴박감이 넘칩니다. 세 외계종족과 한 인간 배신자가 손을 맞잡고 우주개척방위군을 무너뜨릴 음모가 펼쳐지고, 주인공 재러드 디랙은 배신자의 의식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입니다. 그리고 점점 배신자 샤를 부탱의 의식 패턴을 닮아가는데... 디랙은 자신을 잃고 부탱이 되어버릴 위기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전작의 주인공 존 페리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새로운 각도에서 우주개척방위군을 조망하면서 세계관을 더 풍성하게 드러내줍니다. 우주개척방위군 최고의 특수부대 유령여단이 어떤 존재들이고, 왜 그렇게 강력할 수 있는지? 뇌도우미를 이용한 특수부대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통합을 보며, 20세기 중반에 유행했던 초능력자 SF가 연상되더군요. 이질적인 존재로서 일반 병사들과의 갈등이나 미묘한 입장 차 같은 것도 흥미롭고요. 복제인간과 인간의 의식, 영혼 등 흥미로운 철학적 주제도 다뤄집니다. (전작에서 제인 세이건을 통해 암시된 주제기도 하죠 :)


[너희가 다른 인간과 다른 점이 뭐냐? 답을 아는 놈은 손을 들어라.]
[다른 인간보다 똑똑하고, 강하고, 빠릅니다]
[그 럴싸한 추측이다만, 틀렸다. 우리는 다른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태어난 것도 우리가 달라서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우리가 다른 점은, 모든 인간 중에 우리만이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간단하다. 이 우주에서 인류를 존속시키는 것.]  (117쪽)

"우리 특수부대원들이 노예라고 했지요. 그 말도 맞아요. 반박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유일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류를 지킨다는 목적. 태어난 목적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내 삶의 목적이라고 내가 결정합니다. 난 이 길로 가겠습니다."
(중략)
"자네가 부탱처럼 될지도 모르는데."
"원래는 부탱이 되어야 했던 몸이잖습니까. 부탱처럼 된다면 아직 여지가 있죠."
"그러니까 이게 당신의 선택이란 말이지."
"그래요."  (260쪽)

SF는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충격을 가져오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전작 [노인의 전쟁]은 현란한 과학기술을 펼쳐보였지만, 거기서 파급되는 생각은 감성적인 선에 그쳤던 것도 같습니다. [유령 여단]은 이러한 SF다운 주제의식을 플롯의 핵심에서 보다 끈질기게 파고든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내용도 전혀 난해하지 않아, 무척 재미있게 잘 읽히고요.

전작도 그렇지만 인물들도 흥미롭고 깊이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특히 카이넨 관리관과 제인 세이건, 두 인물과 그 관계 변화가 몹시 인상적이었어요.


"당신은 날 기억했기 때문이오."
카이넨은 말했다.
" 다른 모두에게 나는 그저 수많은 적들 중에 또 하나일 뿐, 지루함에 미치지 않게 책 한 권 넣어줄 가치도 없는 포로요. 언젠가는 내 해독제를 깜박하고 내가 죽게 놔두겠지. 내가 죽든 말든 달라질 게 없을테니. 최소한 당신은 날 가치있는 존재로 봐. 내가 지금 사는 작디작은 우주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내 최고이자 유일한 친구라오. 당신이 아무리 적이라 해도."
세이건은 카이넨을 응시하며 처음 마주쳤을 때 보았던 그의 오만함을 떠올렸다. 지금 카이넨은 불쌍하고 비겁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기는 했으나 세이건 눈에는 이제까지 살면서 본 가장 슬픈 생물로 보였다. (170쪽)

역시나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보세요. 꼭 보세요. [노인의 전쟁]을 보셨다면, [유령 여단] 안 보고는 못 배길 걸요. 정말 이 두 작품은 근래에 나온 SF 중 최고로 추천합니다. 3부작의 끝편 [마지막 행성 Last Colony]가 얼른 나오면 좋겠네요. 이렇게 훌륭한 SF를 번역,출간한 샘터 사에게 박수를...! 흥하세요!! +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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