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홍세화 선생님(이하 선생님으로 약칭) 선생님이 저술하신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은 잘 읽어보았어요. 선생님께 이런 편지를 드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책을 읽고 느낀 제 생각을 간단히 말씀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선생님께서 냉소적 고찰을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를 프랑스식 사고로 다져진 자유분방한(자기 의견의 절대화 오류를 극복한다는 의미)시각으로 날카롭게 분석해나갈 때, 우리 사회를 사는 사람으로서 철저하게 벗겨진 내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묘한 쾌감을 느꼈어요.

쾌감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태껏 닫힌 사고로 살고 있던 우리가 열려있는 새로운 세계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우리사회가 어딘지 모르게 비뚤어졌다는 인식은 하지만,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을뿐, 냉정하게 무엇이 어째서 잘못됬는지, 이성적 사고로 비판할 수 있는 논리의 부재가 이번 책을 읽음으로서 더 황홀한 느낌을 조성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계층 구조가 무너뜨릴수 없는 공고한 성벽이라면 적어도 동질된 계층내에서는 '연대'를 가져야하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노동자에 대한 안타까운 호소가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삶이 헛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했어요. 저는 지금까지 우리네 문화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비합리적 상호교환이라고 생각 했어요. 다시말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적 동질감(이른바 ‘정’이라고 하는 것)이 합리성-다분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항상 지향 해야할 가치로 판단되는-을 깨트림으로써, 서양식 사고구조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동양의 의식을(특히 한국)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은 연대는커녕 개인주의의 변형된 형태로 부작용만 발생시키는 애물단지가 되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한국사회의 과제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있지 않나 싶어요.

언론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셨는데, 이제는 식상함마저 풍기는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은 왜곡,편파,허위,수구,냉전 보도의 대명사 혹은 고유명사로서 ‘조선일보’의 위상을 더욱 고착화 시키신 것 같아요. 선생님도 지적하셨지만, 아직까지 시민계급으로 일컬어지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가 알게 모르게 박탈당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좀더 정제해서 낼 수가 없어요. 그들은 지식이 부족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없거나, 아니면 그들의 의식이 이런 삶을 운명 혹은 팔자로 치부해버리는 체념적 인식이 되는 갖가지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커다란 힘을 낼 수 있는 ‘계급의 연대성’을 자연스럽게 흩뜨려 놓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선생님이 역설하신 부분이 지식인의 역할인데 그들에게 아니, 이젠 우리에게 상당한 책임을 요구하다는 것이 제 어깨를 무겁게 했어요. 그나마 이런 책을 읽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는 나와 같은 소속의 사람들-흔히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대학생 계급-이 맡은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거든요.

책 곳곳에 드러나있는 선생님 자신에 대한 성찰적 반성 또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넌지시 알려주신 것 같아요. 우리는 완전한 인간이 아니기에 그런 비판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그런 불완전성을 더욱 확고히하는 것이니 선행되어야 할 일은 비판의 수용 및 자기 성찰이 아닌가 싶어요. 비록 여기는 프랑스가 아니라서 그들의 시선과 사고로 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지만, 과거에 억눌려왔던 자유와 민주성이 조금씩 발현되고 그 힘을 키워나간다는 것, 그래도 우리나라의 발전 방향은 옳다는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하는 지식인의 계몽적 행보와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희망의 씨앗을 던져 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이 하나하나 이뤄질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다면, 더 이상 악역을 맡아서 슬프신 일은 없을거라 확신합니다. 이제, 그 악역을 저와 함께 분담하는 건 어떠실런지요?

2003년 6월 어느 여름날, 악역의 슬픔을 분담하고자 하는 어린 대학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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