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인호 작가의 『겨울나그네』는 이러한 인생의 허무,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유예된 희망’을 돌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1984년은 잔잔한 호수 위로 격동의 물결이 일었던 시기다. 사회/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생을 들여다보는 척하지만 실은 세상을 향한 참담함, 분노가 섞여 있는 작가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주요 인물인 ’민우‘와 ’다혜‘는 한국 사회에서 전형적인 세대에 속한 인물이다. 소설 초반에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의과생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잔뜩 고장 나 있는 민우와 가족의 통제 아래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싶은 다혜의 가벼운 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다혜가 민우를 알아갈수록, 민우가 다혜를 알아갈수록 작가는 인간사의 곡절, 즉 필멸의 운명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겨울나그네』는 아무리 노력해도 운명에 맞설 수 없는 인생의 고독을 다루는 이야기. 탁상공론처럼 ‘꿈’이고, ‘이상’이고를 논하기 전에 현실에 불어닥친 얼음장 같은 시련을 가장 밀도 있게 직시하는 작품이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애를 쓰는 거야.‘’, ‘그 감정이 뭐라고 매달리는 건데‘, ’네가 품은 이상이 밥이라도 먹여줘?’하고 질책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너무도 알 수 없음으로 가득 차 있으므로, 함부로 타인의 선택과 삶을 비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나와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개인의 양심을 저버리거나 배반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이면엔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방황하는 청춘에게 젊음이라는 희망이 있는데 왜 이겨낼 수 없느냐고 묻는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저항의 목소리다.

#최인호 #겨울나그네 #열림원 #뮤지컬원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