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 - 홉스부터 후쿠야마까지 12인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정치·권력·국가를 다시 묻다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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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 글담출판사, 2025


본 게시물은 글담출판사에서 해당 서적을 받아 진행되는 서평입니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법률과 법률의 작동 그리고 법률의 개정과 같은 국가 제도와 권력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국가, 특히 근대 이후의 국가 권력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대체로 정치사상과 관련한 수업을 듣고 난 후, 또는 관련 서적을 읽고 나면 어떤 사상가와 그 사상의 키워드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이를테면, 루소는 사회계약론 홉스는 리바이어던 이런 방식으로 사상가-키워드 조합만 남고 실제로 왜 사상가가 국가 내지 사회에 대한 개념을 고민하고 이를 알리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시대적 맥락은 잘 남지 않았다. 


어떤 사상의 시대적 의의와 한계는 그 시대의 사회적 조건(물질적 조건)과 결부지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사상가가 몸담은 사회의 상황과 그 상황 속에 놓여진 사상가의 삶과 사상을 함께 봐야 비로소 그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번 책이 꽤나 반가웠다. 


일전에 비슷한 책으로는 「고전, 국가를 상상하다」 가 있었는데 해당 서적보다는 더 다양한 사상가들을 다루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상가들도 많았다. 특히, 제3장 콩스탕의 경우 처음 접해보는 사상가였는데 고대의 자유와 현대의 자유를 비교하면서 각각 다른 시대의 자유라는 가치가 갖고 있는 의미의 차이와 결핍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매우 와닿았다. 


“고대의 자유는 사회적 권력의 몫에만 배타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개인의 권리와 그 권리를 향유하는 것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현대의 자유는 우리의 사적인 독립성을 보장하고 우리의 특별한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데 몰두한다. 그럼으로써 정치적 권력에서 한몫을 차지해야 할 우리의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한다는 점 때문에 위험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영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 국가에 대한 사상가들의 고민과 성찰의 맥락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홉스의 사상과 저서과 왜 공포라는 감정 위에 기반하여 그 사상적 결론이 기존의 가치와 규범의 붕괴 속에서 정치적 불안정성을 귺복할 강력한 정치 질서의 확립(“주권자가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더 중요”)이었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라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즉, 홉스가 말하는 “주권의 절대성과 독립성”의 구체적인 정치사회적 맥락이 당시 영국 혁명을 목도한 홉스의 생애사와 결부되어 잘 드러나서 근대정치사상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그에 대한 이해도를 매우 높여준다.


“홉스는 누가 혹은 무엇이 주권자인가는 중요하지 않으며, 주권자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는 왕정을 선호했다. 하지만 1651년에는 군주가 없었다. 왕은 2년 전에 참수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홉스로서는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했다. .. 주권자가 의회라면 다수결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결정한다는 사실과, 그 결정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회가 그렇게 결정한다면, 심지어 홉스 같은 왕정주의자들도 그 결정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근대 초기 사상가들을 지나 간디로 넘어가면서 국가 권력에 대한 이야기 자체보다는 개별 사상가들의 이야기에 더 비중이 가는 것처럼 느껴진 부분이다. 물론 내용 자체는 좋았으나 아무래도 초반부에 홉스로부터 시작되는 근대 국가 권력에 대한 질문과 시대적 맥락이 워낙 좋았었던지라 후반부로 가면서 시대가 크게 건너뛰면서 큰 줄기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삶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그 복잡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권력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를 거쳐 작년에 있었던 12.3 내란 사태를 통해 국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 장치에 대한 논의가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럴 때 국가 권력에 대하여 풍부한 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런 서적을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국가에 대한 물신성을 지양하는 뉘앙스로 이야기 한다. 지금 우리는 국가가 없이 생존할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국가는 사회에 앞서지 않고, 우리는 국가의 형태이든 국가라는 것의 제도 그 자체를 없앨 수도 있다.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국가에 국한시키지 않는 것도 향후 과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 현대 국가는 영원하지 않다. 국가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국가는 없어서는 안될 것 같지만 동시에 부서지기 쉬워 보인다. 국가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머지않아 국가가 없어도 삶은 지속될 것이다.”


@geul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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