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공장 일지
김경민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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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라 낯설었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느낌 덕에 쉽게 책장을 넘기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이 문장을 구성하고 있어서 현장의 생생함이 전달되었다. 글쓴이의 분노, 억울함, 물음표 그럼에도 이따금 느껴지는 희망과 자부가 그대로 전해진다. 전태일 열사의 일기장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는 1970년 지금은 2023년이다.

 

내가 내 영역에서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일들과 차별은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여간 까다롭다는 점이다. 그걸 잘 해내는 것이 곧 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현장의 어려움과 억울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이해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와닿는 문구가 여럿 있어서 소개한다. 일터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더 나은 일터를 보장한다는 당연하지만 건조한 말보다 직접 일하면서 우러나오는 말들이 더 와닿는 법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참 쉽게 작아진다. 무조건 분노가 차서 들고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한 사람씩 열 번 말하지 말고 열 사람이 한 번 말하면 더 좋을텐데” 2020.05.11. 월요일 공장일지 한 사람씩 열 번 말하지 말고 열 사람이 한 번 말하면 더 좋을텐데

 

오늘부로 계약이 종료되었다.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하루를 남기고 퇴사원이 된 것이다. 이제 실업자, 백수, 산업예비군 등의 이름으로 살아갈 날이 이어질 것이다. 계약 만료라는 이름의 해고자인 나는 자유로운 고용 계약이 힘 관계에 의해 얼마나 처참히 무너지는지 알게 됐다.” 2020.10.17. 토요일 공장일지 영원한 비정규직

 

사람들에게 일은 하기 싫은 행위일 수도 있지만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왜냐면 일을 통해 자신을 쓸모 있는사람으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모를 보면서 일이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더 값지게 할 수 있는지 새삼 느꼈다. 다만, 지금 같은 노동구조와 노동강도는 달라져야 한다.” 2018.9.12. 수요일 그래도 노동하는게 낫지!’

 

나는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윤을 내는 방식이 인건비 갈아넣기라는 것을 바라보면서 착취라는 개념이 과학적이구나 비로소 깨닫는다. 이 책은 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잔잔한 일기이자, 자본의 착취 구조를 생생히 밝히는 폭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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