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겠지만 빅뱅 똑똑한 책꽂이 17
카타리나 소브럴 지음, 이지유 옮김 / 키다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빅뱅(Big Bang)은 우주가 매우 작은 점에서 엄청나게 큰(Big) 폭발로 펑(Bang)하고 생겨났다는 말이다. 그래서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 노래 불렀던 아이돌 그룹도 지금은 어찌 되었든 당시는 이름을 '빅뱅'으로 하여 시작은 작았지만 우주처럼 큰 존재가 되고 싶은 그들의 염원을 담고자 했을 것이다. 아무튼 <믿을 수 없겠지만 빅뱅>은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는 빅뱅이론에 대한 그림책이다. 작가는 우주의 생성이라는 다소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적 사실을 아이들의 눈에 맞추어 그림책으로 만들어놓았다.


어렸을 때 학교에는 천문학 동아리 같은게 있어서 선생님과 혹은 그네들 끼리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달과 별을 관찰하러 다니는 걸 지켜본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떤 이들은 어렸을 때 하늘과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커서 물리학을 배우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망원경을 사고 관측소를 시간내서 가고 하는 것은 아니었고 우주에 관한 서적을 찾아보고 시골에 내려가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정도였다. <믿을 수 없겠지만 빅뱅>을 고른 이유는 5살 짜리인 우리 아들이 별과 달에 관심을 보여 우주에도 흥미를 느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 책의 그림은 좋아했지만 내용은 별로 안들리는듯 했다. 아마도 내가 사용한 접근법과 설명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믿을 수 없겠지만 빅뱅>의 처음에는 아이들이 친숙할 만한 것들이 여럿 그려져 있다. 공룡, 고래, 지렁이, 화산, 벌, 나무, 수박...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동화책 읽어주기 방법 중 '시간끌기' 전략을 구사하는 나는 책에 나오는 그림 하나하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 다음 장면은 138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기 전 우주가 한 점이었던 것이 나온다. 이때 나는 아이가 어디에 꽂힐지 예상했고 바로 적중했다. 최근 숫자에 부쩍 관심을 가지는 아이는 '백'이라는 숫자가 엄청나게 큰 숫자인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백삼십팔'을 읽어주었으니(사실은 뒤에 '억'이 더 엄청난 거지만) "에~에~" 하며 동그래진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런데 '우주'라는 말을 하면서 순간 아이가 '우주'를 알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우주'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턱 막혀버렸다. 너무도 당연하게 써오던 말이라 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이 엄습했다. 다행이 다음 장에 참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우주는 이 세상 모든 것이야!"라고.


내가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고 있는데 아내는 고개를 흔든다. 책 내용이 자기가 듣기도 어렵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과거 나는 스티븐호킹이 쓴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이 역시 우주에 관한 책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증거를 최초로 제시한 사람은 모두가 한번쯤 들어봤을 '허블 망원경'의 바로 그 '허블'님이다. 1929년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증거를 세상에 내놓았고 그 결과는 '허블의 법칙'이라 불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심지어 20세기 최고의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까지도 정적우주론을 내세웠다. 더 재밌는 것은 허블로 우주팽창의 사실이 밝혀지기 전 바로 그 아인슈타인이 만든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이미 몇몇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유도해냈음에도 정작 아인슈타인은 그들을 실력없는 물리학자들로 개무시해버렸다는 것이다. 후에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업적 중 가장 큰 실수가 된다. 어쨌든 우주가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밝혀진지 100년도 안된 따끈한 '팩트'이며 이는 빅뱅이론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야기가 새는 것 같지만 우주가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막 알게된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몇 줄 더 나가본다. 스티븐호킹의 책에서 그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나에게는 잘 통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언급해본다. 내용은 간단하다.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는 상호간에 서로 당기는 힘, 중력이 작용한다. 그래, 바로 뉴턴의 사과말이다. 우주의 은하도 별도 모두 질량이 있으므로 중력, 서로 당기는 힘(인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에 맞설 서로 밀어내는 힘(척력)이 없어 우주가 정적이었다면 벌써 다 부딪혀서 박살이 났어야 한다. 그럼에도 박살이 안난 것은 중력을 무시할 정도의 속도로 팽창이 되고 있다면 가능해진다. 우주탐사로켓이 지구이탈속도 이상이 되면 중력을 벗어날 수 있듯이 말이다. 아무튼 지구가 팽창하지 않았다면 벌써 우리 모두는 짜부가 됬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아주 오래전 한 점에 불과한 우주가 빅뱅이라는 엄청나게 큰 폭발로 팽창해서 지금의 우주가 되었고 그때 같이 튀어져 나온 입자들로 별도 생기고 태양도 생기고 지구도 생겼다 설명한다. 그리고 그 지구에서 공룡도 나고 나무도 생기고 고래도 생기고 우리도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은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 우주먼지라는 관점에서 같은 물질로 되어 있고 최초 한 점에서 출발했으므로 같은 장소에서 시작되었다고 결론짓는다.


얼마전 다른 책에서도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생겼다는 표현을 읽었는데 참 아름다운 말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가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이 다른 모든 것은 같은 한 점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별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하기도 하고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사람을 그리며 별이 되었을거라고 믿곤 한다. 빅뱅으로 나온 입자가 은하계의 수많은 별들을 만들어냈고 그 별들은 수많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다 그 중 하나인 태양계도 생겼고 지구가 생겼고 우리가 생겼다. 결국 우리 몸의 입자는 별에서 왔으므로 우리는 한 때 별이었다는 논리적 전개가 가능해진다. 별처럼 아름답다고 아이들에게 말할 것이 아니라 너는 정말 한 때 별이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빅뱅을 설명하고 있지만 작가는 어쩌면 빅뱅 자체보다 아이들에게 '너희는 정말로 저 밤 하늘의 아름다운 별처럼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가슴에 새겨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