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상문화론은 자주 ‘표상 불가능성‘이라는 문제를 거론한다. 재해와 전쟁 등 너무 심각하고 복잡해서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거나 이야기로 만드는 것으로는 그 본질을 전할 수 없는 사태를 표현하는 용어다. 전후 유럽의 사상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이 개념을 만들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대표적이다. 홀로코스트는 ‘표상가능한가(말로 할 수 있는가)? 이는 전후 유럽 철학의 큰 주제였다. - P66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우선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체험하는 것, 즉 ‘현지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가게 하려면 ‘관광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아우슈비츠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관광지가 되어 크라쿠프에서 정기적으로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거론하지 않은 채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비극의 장소가 관광지가 되면서 아우슈비츠의 ‘정말 소중한 것‘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관광지가 되는 게 낫다고 본다. 아무리 조야한관광지가 되더라도 비극의 편린은 남기 마련이고, 그 편린만으로도 사람의 인생은 충분히 바뀐다. 그런 마음이 후쿠시마제1원전을 ‘관광지화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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