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줄기차게 실망하면서도 스포츠 회고록을 계속 사게 만드는 원동력은 구체 속에서 천재성을 경험하고 추상 속에서 천재성을 일반화하려는 깊은 충동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천재를 정의하기가 그토록 불가능하고 참된 ‘테크네’를 (전달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토록 찾아보기 힘들기에 우리는 운동선수로서 천재인 사람들이 강연자와 저술가로서도 천재이고 명석하고 예민하고 진실하고 심오하리라 막연히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위에서의 천재가 성찰에서도 천재일 거라 기대하는 우리의 어수룩함이 문제라면, 그들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칸트의 유리턱이나 T. S. 엘리엇의 커브 헛스윙보다 조금이라도 비참하거나 환멸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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