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동안 우울증과 편두통에 시달리며 본인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던 언론사 기자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가 쓴 에세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과 함께 인생을 살아내는 용감한 이야기다. 나는 마침내 우울증을 극복했다 같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아니며 아직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으나 우울감을 100% 통제하는 방법을 알고있다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도 아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이라는 증상에 대해 추상적으로 그리고 불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신변에 큰 일을 겪은 후 그것을 이겨낼만한 정신력이 약해서 걸리는 병이라고. 예민해서, 참을성이 없어서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우울증 환자들을 낙인 찍는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연예인들의 자살 뉴스를 그렇게 보면서도 와닿지 않는거다. 왜? 오로지 환자의 입에서 나오는 증상들의 나열이나 어디까지를 정신질환으로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불분명한 경계 등- 모든 것들이 애매모호하니까. 저자는 차라리 본인이 겪는 그 원인모를 우울증과 편두통이 신체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밝혀지길 기도했다고 한다. CT에서 뭐라도 발견되길 바라면서.•나는 상담치료를 하면서 지금 내가 안고 있는 ‘코끼리’의 원인을 어린 시절의 모기만 한 이유에서 찾았던 시기도 있다. 그러나 10년 넘게 정신분석이 이어져왔음에도 여전히 나의 과거에서 만성 통증과 우울증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과거에 기인한 이유 같은 건 없다. 알레르기나 당뇨, 비뚤어진 골반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도 그냥 그런 것이다.’우울증은 과거에 불행했던 가족사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부모님의 이혼이나 가까운 지인의 죽음 등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아도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일 뿐이다- 라는 사회적인 시선이 필요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의 나약함으로 치부하여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구석으로 더 깊이 몰아버리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며 책을 쓴 저자의 고백에 찡한 마음이었다.나는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우울감을 느낄 때 그것이 긴 시간동안 지속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저자가 토로하는 우울증 증상이나 편두통 등을 감히- 모르겠다. 저자의 글로 예측하는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접함으로써 주변에 우울증이나 만성통증으로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그를 섣불리 단정짓지말고 공감하며 이끌어주고 가끔은 기다려줄 수 있게 된다면 꽤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그래도 점점 상황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있으니. 단순히 우울증 환자가 증가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