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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포르투갈 -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이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11월
평점 :
고픈 배가 아니라서 저녁은 건너뛰었는데 딸이 같이 먹자며 들고온 아이스크림은 빠르게 끝이 났다. 채널을 돌리던 딸이 엄마 보라며 멈춘 영화는 라라랜드. 몸도 맘도 멈춘다. 장면마다 새로이 눈물이 나는 건 느즈막이 꿈꾸던 내 꿈들이 떠오르기 때문인지..
이럴 때 읽을만한 책, 작지만 큰 위로가 되는 여행에세이를 들었다. 몸은 여기, 마음은 저기.. 가능한 일이니까. 맘이 가는 책이 있어 다행이다.
<지금 여기, 포르투갈>
저자는 몇 해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인생 여정 환갑을 맞아 포르투갈에서 다시 순례길에 올랐다. 나도 저 나이에 하고픈 일이 있는데..
"나는 잠시 떠나 있기로 했다. 케이크에 여섯개의 기다란 초를 켜놓고 판에 박힌 생일축하 노래를 듣는 대신.." (프롤로그)
여러 이유를 들어 순례길을 자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힘들어 떠나고 싶다는 일상보다 어쩌면 쉽지 않은 길이 저 순례길이 아닐런지. 무엇을 얻으려고, 무엇을 깨달으려고 혹은 무엇을 내려놓으려고 시작하는 걸까. 궁금한 것들이 많아지는 걸 보니 내 안에도 걷고 싶은 욕망이 있는가 보다.
저자는 순례길에서 8kg의 배낭을 메고 가끔 속절없이 내리는 비에 몸이 젖었다. 내 일상이라면.. 어떤 속도로 걷는 걸음(상황)과 비교할 수 있을까.
동행하는 이에게 얻는 긍정의 기운은 무시할 수가 없지만 때로는 혼자 걷는 걸음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일상에선 단단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걸까.
그녀가 걷는 길에서 만난 여러 모양은 삶과 꽤 닮아 있고 읽는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웃다가 울다가.. 불편하다가 아름답다가.. 힘들지만 한 걸음 더 걸어 보자는..
저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단지 떠나지 못하는 이는 순례길을 떠난 저자와 다른 이들처럼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답을 찾아보면 좋을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여기, 포르투갈>은 여행에세이지만 각자의 생각나무를 키워주기에 충분한 책이라 느꼈다.
여러 충동과 충돌과 타협과 고집을 반복하면서 얻게 되는 것(혹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지 난 책을 덮은 후에도 일상 순례길을 걷는 중이다.
같이 걷고 풍경을 보며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이어가며 각자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기, 포르투갈> 멋진 여정에 함께해 보자. 몸은 여기라도 마음은 저~~~기로 보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