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네팔 - 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수잔 샤키야.홍성광 지음 / 틈새책방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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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여행이다. 운전을 하고 한 시간을 달려 주차를 하고 기차를 타고는 두 시간 반쯤을 가야 할 오늘의 목적지. 가는 동안 멍하게 가는 건 옳지 않으니까, 오늘의 책을 골라야 한다. 나와 두 시간 남짓 함께 할 책. 책장에서 기다리는 책이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맘에 드는 책이 있다면 더 다행한 일이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비를 찍으니 도착 예정 시간이 기차 출발 시간이다. ‘3분만 남으면 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차역 주차장에서 도착해서 뛰어갈 3분만 벌면 된다. 마음이 급하다. 서둘러 시동을 켜고 아파트를 빠져나가 우회전을 한다. 이제 큰길이니 달리면 되는데 올라가는 길 차들이 정체되어 있다. 이건 또 무슨 일! 도로 확장 공사중이다. 왜 하필 오늘이니! 천천히 천천히라도 좋으니 어서 이 구간을 어서 빠져나가자. 마의 구간을 빠져나가 좀 달리나 싶으면 신호등이 멈추란다. 힘내자, 마음아. 괜찮을 거야.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조금씩 도착 예정 시간이 줄어든다. 나에겐 약 5분의 여유가 생겼다. 충분하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공영주차장을 알려 준다. 내비를 찍으니 내 목적지 주차장과 3분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시간은 2분. 어렵다.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난 내가 정한 주차장으로 간다. 기차역 주차장 도착. 이왕이면 기차역 입구와 가까운 쪽으로 주차했다.

가방을 들고 차를 잠그고 뛰어가려는데 ‘공사중’ 팻말이 눈에 꽉 차게 들어왔다! 기차역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는 길이 막혔다. 당황한 기색으로 서성이는 여자분과 눈이 마주쳤다. ‘왜 그러고 있어요! 뛰어요!’ 눈으로 말하고는 뚫려 있는 쪽으로 냅다 뛰었다. 모르는 길이지만 운 좋게 기차역에 오르는 다른 계단을 찾았다. (엘리베이터라면 더 좋았겠지만) 멈추지 않고 뛰었다. 이렇게 계단이 많은 곳이었던가. 플랫폼에 도착하니 열차가 들어온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외투 하나씩은 걸친 늦가을 옷차림이다. 반팔 셔츠 위에 입을 니트를 손에 쥔 채로 숨을 몰아쉬는 나만 여름 행색이다. 이제야 웃음이 난다. 기차에 올라 자리를 찾아 앉았다. 때마침 남편의 전화. 거칠게 몰아 쉬는 숨에 대답할 수가 없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남겼다. 잘 탔다고. 쌕쌕거리는 숨에 건너편 승객들이 번갈아 쳐다본다.

유리에 비친 계절도 모르는 여자 하나가 즐겁다며 웃고 있다. 여행의 이런 시작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커다란 움직임 없이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든다. 여행길에 읽을만한 책은 이런 거지. 여행을 위한 여행, 시작해 볼까. <지극히 사적인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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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신화,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곳
우리가 찾은 슴슴한 매력의 네팔

📚 지극히 사적인 네팔
📚 수잔 샤키야, 홍성광 지음
📚 틈새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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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네팔’은 한국에 13년 거주하며 JTBC 비정상회담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네팔 출신 수잔 샤키아 씨가 지은 책이에요. 안타깝지만 전 방송을 보지 못해서 저자에 대한 정보는 모르고 시작했다죠ㅋ

“자신의 나라를 더 알리기 위해 책을 쓴 수잔 사키야의 열정을 격려하며 추천한다”고 말씀하신 문 전 대통령님의 추천사도 있었지만 (저는) 이병률 작가의 추천사를 본 이상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데리고 왔어요.

저를 포함해 이 책을 읽은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이거요! <지극히 사적인 네팔>은 여행지로서 네팔을 소개하는 여행 서적이 아니라는 점! 제목에서 감 잡으셨겠지만 저자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 네팔, 그곳에 살고 있는 선한 눈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나마스테’처럼 네팔 사람들도 잘 모르지만 네팔 사람과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에피소드와 직접 히말라야를 오르며 겪은 셰르파와 네팔의 산에 대한 이야기, 또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로 추앙받다가 은퇴한 ‘머띠나 샤키야’와의 인터뷰를 통해 네팔의 쿠마리 문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어디 한 부분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특히 쿠마리처럼 살아있는 신으로 뽑히지만, 쿠마리와는 달리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남자 신 쿠마르 이야기는 한국에서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이야기라 숨겨진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는 맛까지 챙겨 볼 수 있었고요.

그 밖에도 현역 셰르파와의 인터뷰를 비롯해 네팔의 역사, 구르카 용병, 여성만을 위한 축제 등 네팔인만이 소개할 수 있는 네팔을 위트 섞인 에세이로 소개하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더라고요. 아! 네팔의 독특한 달력과 국기와 국가(國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한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루한 시간을 딱 채워줄 네팔 이야기! 여행길에 챙겨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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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을 가 본 적도 없고, 갈 계획도 없었지만 <지극히 사적인 네팔>을 읽고 나니 무척 궁금해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여행지의 문화를 알아보려면 시장에 가 보라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혹여 시장이 낯설고 두렵다 하시는 분들은 먼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해 본다면 한결 편안하게 걸음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수많은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라, 네팔 사람들의 네팔을 알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 추천해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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