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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하정 지음 / 좋은여름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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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것이 말야. 쉼을 원해 떠나는 길이긴 한데 가끔은 풀어야 할 숙제를 하나 안고 오기도 하더라고.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친 경우보다 기대 이상의 것을 경험했을 때 ‘그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을 풀지 못하는 경우에 말이야. (물론 내 경험ㅎㅎㅎㅎ)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썸머의 경우, 이별이란 상황을 마주했으니 분명 쉼이 필요했을 테고 훌쩍 떠나게 만들 이유가 됐을 거야. 그런데 말야. 그녀의 글은 초반에 언급한 떠남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별과 대칭을 이루는 단어들을 발견하지 못하겠더라구. 오히려 그녀가 보여 주는 세상은 땀으로 얼룩진 (ㅎㅎㅎㅎ 진심 노동의 결과 말이야!) 일상과 새로이 만난 인물 유형들의 탐색과 (떠난 이유야 어찌 됐든) 잊을만 하면 상기시켜 주는 여행지의 픙경과 감성이 다였어.
물론 그녀의 문장력은 여전히 위트 있고 당찬 것이 그녀의 글을 다시 찾은 읽는이를 실망시키지 않기에 충분했고!
겉으론 웃어도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린 잘 알고 있잖아. 그녀는 여행의 이유를 잘 두고 온 걸까. 두려움이든 서러움이든, 외로움이든 말야. 남에게 속내를 감추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일지도 몰라. 문제는 내 속은 스스로에게 숨길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유쾌한 그녀의 모습을 읽다가 문득 때지난 생각이 드는 거야.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이전에 끄적인 글을 읽었고. 내 솜씨없는 글이 혹여나 누군가를 힘들게 하진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갑작스런 부담감을 주진 않았을까 맘이 덜컥 하더라고. 날 이상하게 보았으면 어떡하나 생각이 드는 순간 명치가 뻐근해지기도 했고. 진심을 전하는 것이 때로는 숨기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거야. 어리석었어. 조금 더 품어둘 걸. 꺼내지 말 걸.
충분한 자연과 신성한 노동 속에서 얻은 깨달음은 꾸밈 없는 지혜일거야. 그런 의미에서 썸머의 책은 역시 지친 일상에 읽어 주면 딱 좋은 책이고!
저 멀리 덴마크까지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어디라도 내 생각을 정리할만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졌어. 몸은 몸대로 약해졌지만 끝없이 미련한 생각 속에 머무는 건 무엇보다 병들기 쉬운 일상이니까 말야. 그렇담 내 두려움은 어디에 두고 오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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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하정)의 유쾌함은 지친 일상에 딱 읽기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