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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6월
평점 :

유명 작가의 유명 작품을 읽은 후에 기대를 갖고 다음 책을 골랐지만 시작 몇 페이지부터 난감한 글들이 있다. 내 책장에 읽다 멈춘 소설들 몇 권..
특히나 장편 소설은 호불호가 나뉠 테지만 이 작가의 글은 한 번 시작하면 막힘없이 읽혀진다. 난 작은 독자라 작품력은 모르겠다. 그것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관들은 무어라 할 지 모르겠지만 꽤 많은 독자들은 이 작가를 선호하고 그의 책을 미루지 않는다.
이름만으로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작가, 귀욤 뮈소.
오늘 소개할 <종이 여자>는 출간된지 13년. 새로운 표지로 제작되었고 새로운 독자들을 기다린다. 이제 어느 독자가 이 매력적인 글에 빠지고 작가를 애정하게 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될지..
프롤로그부터다! 날짜가 기록된 기사와 메일은 영상으로 보여지듯 긴 시간 일어난 일들을 짧게 요약하면서 정확한 사건들을 인상적이게 남긴다. 이런 빠른 호흡은 처음부터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는 포인트!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대해 소설 속에 언급되지 않는 부분까지 세세한 설정을 해 둔 주인공 ‘톰’의 모습은 기욤 뮈소의 성향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모습이 조금 반영됐다 생각되니 그가 슬쩍 녹여낸 것은 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를 테면 후반에 등장하는 한국 사람과 서울과 모 여자대학의 언급은 그를 애정하는 한국 독자들을 염두해 두고 쓴 부분이 아닐까. 웃음이 나더란..
커다란 사건 속에 등장하는 (긴밀하게 혹은 필요에 의한) 숱한 인물들과 그들의 세부사항 그리고 관계의 작은 스토리까지 완벽한 설정! 그의 스토리 보드 사이즈는 대체 어느 정도일까!
소설 속 인물이 현실 세계에 등장한다는 기발한 착상부터 시작해 소설적인 요소가 충만하게 들어 있는 <종이 여자> 그 서술이 기이하거나 허술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이 부분이 기욤 뮈소의 능력이지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물(종이 여자)에 대해 시비를 걸 순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순조로워 이럴 바에야 차라리 결론을 빨리 알아야겠다 싶을 것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사랑.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행복을 사랑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_ 프랑수아주 사강
톰의 옛사랑을 다시 찾아주겠다는 빌리였고 빌리를 좀더 나은 이야기(관계) 속으로 돌려 보내려고 소설 쓰기를 시작한 톰이었지만 사강의 말처럼 그들은 누군가의 행복을 함께 쫓아갔고 누군가의 행복을 사랑하게 되었고 결국 사랑에 빠졌다.
우리는 누구나 불확실한 관계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 나역시도 현상이나 사물에 이렇게 집중하는 줄 미처 몰랐다. 미약한 심성이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본색을 드러내는가 보다. 아직 누군가의 행복을 사랑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서 사랑이라 단정지을 순 없다고 따지는 이도 있겠지만 이 소설 덕에 사랑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물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더 좋을 일이다.
기욤 뮈소가 들려주는 꽉 찬 소설의 맛 <종이 여자>
장편 소설이지만 시간은 순삭!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