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검은 바다. 이 바다를 떠올렸을 때 내 머릿속도 같이 까매진다. 아는 게 없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담 책으로라도 알아가야하는게 독서인의 숙명. 호기심으로 이 책을 시작했다. 흑해를 지칭하던 여러 이름들로 지어진 목차는 흑해의 변화하는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폰투스 에욱시누스(환대하는 바다)로 시작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Black Sea, 흑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바다 주변에서 벌어진 복잡한 역사들에 점점 빠져든다. 단순히 지루한 역사의 나열이 아니다. 겨울엔 바다가 얼어붙어서 돌고래들이 뛰어오르려 할 때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남자들의 수염에서 고드름이 맺힌다는 묘사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오며 픽 웃게 만들기도 한다. 호시탐탐 땅을 노리던 영웅들의 격전지에서 제국적 욕망의 대상, 경쟁하는 국가 경쟁의 일부가 되기까지. 흑해를 둘러싼 민족, 언어, 종교, 무역, 자원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역사가 모두 담겨 있는 이 책. 역사적 복잡성과 그 맥락을 알고 나니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2004년 출간된 책이지만 옮긴이가 짚어주는 최근 동향과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가 갖고 있는 여러 이슈들까지. 왜 지금 우리가 흑해에 주목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나 바다를 정복하는 것은 여태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온몸이 조각조각 갈기갈기 찢긴 남자가 발견된다. 자신이 일하던 제약회사 연구소 근처에서 살해당했다. 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점점 드러나는 제약회사의 실체와 음모. 제약회사의 음모라면 뭔가 식상해보일 수도 있지만 과거로 인해 정의를 잃은 형사와 오히려 과거로 인해 정의에 집착하는 형사의 선명한 대비감, 그 시대 사람들의 경찰과 범죄에 대한 시각, 작가 자신만의 철학을 곳곳에 녹여낸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 전혀 식상하지 않다. 살해범의 정체 또한 놀랍다. 설마?하며 아리까리한 채 읽고 있다가 그 정체가 밝혀졌을 때의 충격이란. 그러면서 ‘마녀의 후예’란 말이 나에겐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제약회사의 연구원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람의 악을 물려받게 된 동물들의 이야기로도 읽혔다. 아주 치밀한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다. 책을 다 읽은 후 표지로 돌아오는 순간 책의 제목을 다시 바라보며 순간 섬뜩해졌다. 남겨진 이야기들을 암시하며 의미심장하게 끝나는 결말까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 못하게 한다. 이게 작가의 초기작이라니••• 오히려 초기작이라 과감해보이는 면도 눈에 띄어 더 재밌다!! 그동안 시치리의 다른 작품들을 드문드문 읽어왔지만 이로서 시치리 월드에 입문. 앞으로 발간될 <히트업>! 빨리 읽고 싶어 현기증 나요;;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지만 그 누구보다도 영원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남자가 있다. 매년 1월 5일이면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지워지는 저주같은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난 토미. 심지어 그날은 토미의 생일이다;; 처음엔 이 운명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다. 해피언버스데이? 그렇담 생일 하루 속이고 선물 먼저 받으면 되지~ 이러며 혼자 킥킥 거리기도 했다. 근데 이 운명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과의 유대, 친구들과의 우정,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과 추억 모두가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모두가 나를 잊어버리는 저주 속에서도 허점을 찾아내 거대한 우주를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 이 사기가 성공해야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억할 수 있다. 토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함께 초조해하기도, 토미를 열렬히 응원하게 되기도 하는 마법같은 책이었다. 토미가 그토록 바라던 따스한 집 같은 이야기‧˚₊❤︎책을 다 읽고나니 드는 생각, 나를 기억해주는 이들에게 감사를•••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2주가 되었다. 시간이 왜이리도 빠른건지••• 그러던 중 『포춘 텔링』이란 제목을 보고 이건 새해에 무조건이지!란 생각으로 이 책을 집었다. 신년에 예감, 운세, 징조라니. 너무 잘 어울리잖아! 이 중 저에게 특히 좋았던 두 작품을 소개해봅니닷😆 ♆ 김화선의 「웰컴 투 마이 월드」‘대체 언제쯤 되어야 하기 싫은 일을 자연스럽게 남에게 미룰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직장의 노예와 다름없이 살아온 나. 출장을 가게 된 나는 로저 약사와 이상한 마을을 만나곤 진짜 ‘나’를 위한 삶을 찾고자 한다. 여기서 이 작품은 나까지 덩달아 기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저도 그 마을에 초대해주실 수 있나요? ♆ 권혜영의 「언러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 국가 유공자였던 할아버지로 인해 일본 문화를 극혐!하는 집안에서 오타쿠이자 장녀로서의 삶이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숙명에 대해 고민하는 오타쿠 ‘심지선’. 끝내주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만을 숙명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왔다갔다하는 이 소설... 작가가 재밌게 썼다고 말하는 만큼 너무 재밌다! 특히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피식피식 웃지 않을 수가 없는•••특별한 날마다 그 날에 어울리는 책을 골라 읽는 게 낭만 아닐까? 새해와 어울리는 이 작품들과 함께 나의 올해, 2026년도 기대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신체 일부분을 분리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침대에 몸을 편히 누인 채 동생을 부르지 않고도 손을 띡 떼어 불을 끄고, 멀리 있는 핸드폰을 가져올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내가 보기 싫어하고 없애버리고 싶던 신체를 떼어낼 수 있다면? 돈 주고 수술로라도 제거하려던 신체를 아무 고통 없이 눈 앞에서 치워버릴 수 있다니 이건 그야말로 개이득 아닌가? 그렇다면 그 신체 일부분을 돈 주고 산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건 또 어떨까. 돈 주고 없애려던 신체를 오히려 돈 주고 사간다고? 그런데 과연 이게 정말 좋기만한 일인 것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색 빛을 맞고 신체 일부분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게 된 사람들. 기이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거대한 자본에 휩싸이고 휘둘리며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 사람들의 우정과 사랑, 가족애 속 피어나는 미스터리와 연대의 이야기. 지금의 기술로는 내 몸을 붙였다 뗐다 할 순 없어도 이미 동물들을 대상으로 인간에게 사용할 장기를 배양하는 연구들에 대해 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기술이든 자본의 힘에 기대지 않을 수 없고, 자본에 휘둘리는 기술이 낳을 개인의 비극과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가는 사랑을 얘기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심장 박동. 그 박동만으로도 성공하는 복수의 결말을 보고 있자면 쾌감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