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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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보석을 찾아달란 의뢰를 받은 탐정 란페이. 보석을 찾기 위해 백화점 재벌 ‘우메다 소고’의 미수 축하연이 열리는 외딴섬에 도착한다. 그를 맞이해주는 화목한 우메다가와 즐거운 생일 파티. 그러나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다음날 사라진다.(두둥)

이어서 소고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과 곳곳의 힌트들이 발견된다. 이 사람은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것일까, 아니면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기억에 초대하려는 것일까. 화목해 보이는 이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외딴곳에 갇힌 사람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이란 줄거리는 흔한 플롯이지만 역시 아는 맛이 주는 재미가 있다. 어쨌든 우리는 이 한정된 공간과 사람 안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결말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은가. 그 사이에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사라진 보석과 재벌, 남겨진 유언장에 얽힌 미스터리 소설로 읽히던 초반부의 내용에서 서사는 점점 깊어지며 전쟁과 전후세대의 상처까지 파고든다. 악한 개인이 없는 것도, 막장 소설이 아닌 것도, 사회의 비극을 다루는 내용이란 점까지도 내 취향 저격이었다.

중간에 ‘이길 줄로만 알았던 전쟁은 끝났지’라는 대사에는 잠시 ‘롸? 이길 줄로 알아? 그럼 우리나라는?‘ 멈칫하긴 했으나 민족감정은 잠시 차치하고...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비극, 특히 그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어린아이들에 초점을 맞춰 읽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전쟁의 비극이 만들어 낸 이 이야기에 몰입하여 끝까지 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원래 잘 울긴 함..^^) 우메다 옹을 생각하며 아련해지는 이 마음•••

이 이야기는 단순히 문제 해결! 하며 끝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지금은 그때와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 술술 읽히는 문체와 끝까지 허점을 짚으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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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전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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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 꿈과 의식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그 접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소설. ‘에이, 현실에 있을리 없잖아’ 라고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 틈새가 마치 내 앞에 당도한 듯, 마음에 공포가 심어진다.

일상의 기이한 순간을 붙잡아 우리에게 전달하는
11편의 단편이 담긴 우사미 마코토의 「꿈 전달」이다.

모든 편이 다 기이했지만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몇 편만 꼽자면…

❝ 왜 지금껏 깨닫지 못했을까.
내 운명은 여기 있을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침하교를 건너자 中

❝ 어두운 마음은 전해진다.
죽은 자에게서 산 자에게, 그리고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파장이 맞는 인간의 마음을 조금씩 잠식해 간다. ❞
-사랑은 구분할 수 없다 中

❝ 망상은 한 번 심어지는 순간 공포로 변해
인간을 죽음으로 내몬다. ❞
-난태생 中 <최고!!

❝ 역시 요시타카의 기이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
-호족 中

책을 읽고 나면 역시 세상에 나만 아는 비밀 같은 건 없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겠지만 각 편마다 뭔가 머리를 딩~ 울리는 요소들이 하나씩 심겨져 있다고나 할까.

가장 놀라웠던 건 단편들임에도 불구하고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 세계에 푹 잠기고 있었다는 것. 각 편마다 몰입감이 확실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배경에 내가 동화되어 비가 내리면 내리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물 속이면 먹먹한 기분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인물의 심리에 동화되는 날 발견했다. 몸의 감각이 선명해지는 느낌. 책을 다 읽었음에도 이 책이 300페이지가 넘어간다는 것이 낯설었다. 내가 300페이지나 읽었다고? 체감은 그게 아니었거든…

일상을 뒤흔드는 11편의 기묘한 이야기들
추워지는 날씨, 서늘해지는 감각이 배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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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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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여운 토끼를 보고 그냥 지나치실 수 있나요…? ᙏ̤̥

점점 추워지는 날씨,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난 뭐 했지?’라는 생각에
우울해지는 연말병이 왔다면..!

사랑스러운 토끼가 나오는
귀여운 그림들과 다정한 문장들,

지수 작가의 𓊆ྀི오늘도 단단한 하루𓊇ྀི 처방 들어갑니다!

토끼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니
산책도 하고 싶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싶고
나를 위한 요리도 하고 싶고
청소도 하고 이불정리도 하고 싶어집니다

무기력했던 몸을 일으켜주어
현재에 집중하게 해주는
이 책의 마법 같은 순간들•••!

잘 먹고, 잘 쉬고, 잘 일하고, 잘 놀면서
쌓이는 매일!

책상 한편에 꽂아두고
지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아요 ♡̆̎

제가 요즘 딱 연말병이었는데요,,,
토끼와 함께 연말병 완쾌!!

모두들 연말병 퇴치하고
남은 올해 따뜻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

+) 토끼의 하루 속에는 내 모습도 있지만
주위 친구들의 모습도 같이 보이더라구요•••!
책을 읽다 찰칵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거나
연말 선물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것도 추천추천!! ( ɞ̴̶̷⸝⸝●̫⸝⸝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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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트리만과 - 2025 아르코 제작지원 선정작
김병호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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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죽겠다는 한 사람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사람과 또 다른 이의 대화로 이 책의 첫장 ‘나와’는 시작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삶의 의미와 목적, 꿈에 나온 기묘한 일에 대한 언어유희적이고도 꼬리 잡기식의 흐름을 전전한다. 시작부터 매우 철학적인 대화를 따라가며 ‘우리 셋 중 나만 왕따 당하는 건가? 난 분명 SF소설인 줄 알았는데?‘라는 기분이 들 때쯤, 2장이 시작된다.

학술대회가 열리는 한 호텔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극적이고도 미스테리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여기서 1장의 알 수 없었던 대화의 비밀이 밝혀진다.

“저는 이들을 트리만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세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뜻이죠. 아니, 아직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중나선구조의 DNA를 가진 여태 지구상의 생명체와 달리 삼중나선구조를 가진 DNA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출현한다. 이들은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졌으나 그 변이의 폭이 크고, 생식 과정도 독특하지만 그 번식에는 인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많은 질문들이 발생한다. 이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혹은 위협이 될까,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우리일까, 우리는 이들과 동화되어 진화하게 되는 것일까.

매우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SF는 한 번 읽어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200쪽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우리의 미래에 대해, 포스트 휴먼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인류의 미래, 삶과 죽음의 의미 대해 진득하게 심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세 세대 뒤에는 인류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부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간은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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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의 새 - 2025 박화성소설상 수상작
윤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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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초침의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는 듯한 소설이었다.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두 여자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과 그 둘에게 나타난 다른 차원의 기묘한 존재들. 비가 오면 흐릿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의 접면에서 흐름을 장악하려는 자들과 흐름을 지키려는 자들 사이, 그 흐름을 거스르기 위한 인간의 이야기가 빠르게 질주한다.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시작과 끝, 유와 무, 의식과 무의식, 예감과 직감, 우연과 필연, 지와 무지, 진화와 소멸, 꿈과 그 꿈속의 꿈까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은 내용이다. (누군가와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내용들! 생각할 거리가 많아 두 번 읽었다.)

고차원의 존재들은 인간을 완벽하지 않다며 책 속 여백에 비유한다. 확실히 글자보다는 존재감도, 의미나 가치의 무게도 덜한 부수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그 사이에서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그리고 그 돌연변이로 인해 세상은 진화와 소멸의 경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그때 11시에 있던 시곗바늘은 12시로도, 0시로도 갈 수 있다.

진화와 시간에 대한 비유들에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는 대체 왜 한낱 인간을 택했을까, 란 고민을 해본다면 완벽하지 않기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존재라서가 아닐까. 아무 접점도 없던 율과 수지가 이 흐름에 휩쓸린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낭만은 여백에서 탄생한다고 말하는 이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에 홀렸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어릴 적 컵에 맺힌 물방울을 통해 ’어떤‘ 존재를 마주한 율은 그 후로 꿈을 잃었다. 잠에 들면 그저 ’무無‘의 세계였다. 어느 날 율은 자는 중 죽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후로 잠까지 잃게 된다.

수지는 기묘한 일을 연달아 겪는 하루를 보낸다. 동거 중인 남자친구와 함께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잠에 들고 눈을 뜬 아침, 수지는 눈앞의 시곗바늘이 빠른 속도로 한 바퀴 빙 돌아가는 기이한 일을 보곤 옆에서 자고 있을 남자친구 도준을 깨운다. 하지만 도준은 죽어 있었다.

두 여자, 율과 수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그 분노의 근원을 알 수 없다.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새알 모양의 돌이 주어진다. 그들은 일단 이 알인지 돌인지도 모르는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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