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일은 끝! -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평점 :
* 책 제목 : 오늘 일은 끝!
* 저자 : 폴커 키츠
* 출판사 : 판미동
* 읽은 날 : 2019.12.18~19.
**
한편으로는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며 일에 대한 허상과 오해를 걷어내 주는 저자의 목소리가 낯설다. 그 낯섦 안에는 내가 인식하게 못했던 '일'의 진짜 모습이 있었고, 일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여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핸드북 사이즈의 부담 없는 책이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묵직하다.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동료들의 태도를 생각해보며 나 또한 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은지, 높은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보았다. 진지하게...
저자는 거의 모든 단어가 명사형일 때와 동사형일 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일'과 '일하다'는 긍정과 부정의 다른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실험에서 시작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바로 "당신이 힘든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일에 대한 거짓말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 늘 멋있게 일을 한다. 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그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반영된다. 매일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다 이겨내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간다. 야경이 멋있게 보이는 아파트에서 와인 한 잔을 마치며 하루의 피로를 달랜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건가? 물론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대부분의 내 지인들은 그렇지 않다. 루틴에 가깝게 틀이 잡혀 있는 일을 매일 반복하며,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사소한 것들뿐이다. 세련된 헤어스타일은 언감생심, 멋진 정장은 일을 하는데 불편함을 더할 뿐이다. 나에게 닥친 어려움은 나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기 일쑤이고, 와인은커녕 화장이라도 잘 지우고 자면 다행인 나날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책을 들여다보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라고 얘기한다. 현실을 이상에 맞출 것이 아니라, 이상을 현실에 맞추라고 말이다. 의미 없는 일은 없으니 우리 모두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얘기한다.
서운할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저자의 목소리는 어느새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되어 내 마음 한구석에 따뜻하게 자리했다.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잘 하고 있는 건지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2019. 12. 20.
*** 내게 온 문장
-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일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 언뜻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없으면 일상적인 영역에서 결함이 생긴다. 세심함과 확실함, 집중력과 주의력이 그런 것들이다. 달력에 일정 기입하기, 이메일 꼼꼼히 읽기, 고객이나 직원의 말에 주의 깊게 길을 기울이기, 회신 약속을 지키기, 말하기 전에 잘 따져 생각해보기, 자신이 한 말을 다음 날 떠올리고 그대로 실천하기, 정확히 기록하고 계산하기. 이러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려면 신중해야 하며 세세한 것들을 다룰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훌륭한 업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 가지가 꼭 필요하다. 외부와 내부를 향한 공감 능력이다. ... 공감 능력의 전제조건은 내 입장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간간한 이야기 같지만 관점의 전환은 최고 난이도 과제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려면 나 그리고 내 일과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 조직에서는 지시와 수행, 위계와 복종, 상하 관계가 중요하다. 모두가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생각은 매력적이지 않으므로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말이다.
- 한편으로 우리는 가치가 큰일들을 평가절하한다. 우간다에 학교를 세우거나 덴 하그의 국제 형사재판소에 전범들을 세우는 일이 의미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에 견줄 만한 일들을, 그것이 보다 가깝고, 일반적이고,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어낸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가령 우간다가 아닌 슈투트가르트에서 아이들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는 일, 하노버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검사로서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일 말이다.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일이 그 의미를 잃는 것도 아니다. 의미 있는 일이란 공익단체의 전매품이 아니다. 의미라고 하면 우리는 거창한 것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의 행위가 위대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 현실적으로 직장에는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써 자기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자꾸만 업데이트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많은 이가 엉뚱한 곳에서 헛되이 찾는 진정한 도전이다. 점잖든 천박하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이것이 우리 인생의 과제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인생은 계속된다.
- 있어 보이게 연출하는 것을 포기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해방하고, 그 시간과 에너지는 인생에 마법 같은 매력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