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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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저자 : 정지우

* 출판사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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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를 올리지는 않지만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는 있다. 인기를 얻고 있는 맛집과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새로 출판된 책 소식, 지인들의 일상을 전해 듣기도 아니 보기도 한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새로 올라온 피드들을 살펴보며, 늘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다. "다들 예쁘고, 다들 잘 지내네. 나는 이렇게 아등바등 바빠죽겠는데 여행들도 잘 다녀. 나만 이게 뭐야. 잠이나 자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순간들의 모음이기도 한 인스타그램으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게 진실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여기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파악해낸다. 분석적이면서 명쾌하고, 담담하게...

기성세대의 시선이 아닌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의 시선으로 살펴본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수긍하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부분에서는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그들의 연애, 블루보틀, 인스타그램, 소비, 공부, 젠더, 공동체 등에 관한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접하다 보면, 어느샌가 동생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커다란 프레임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졌다. 더 궁금해졌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 많이 힘들다. 사회 모든 부분에서 변화의 시점 다르게 표현하면 과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밀레니얼 세대는 집도 직장도 인생의 반려자도 아니 자기 자신조차도 찾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세대이다. 그런 세대를 두고 기성세대는 이야기한다. 겉모습만 중시하는 소비지향적 세대이며, 의지는 약해서 포기를 밥 먹듯이 한다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공부 좀 했다고 말만 잘하는 세대라고.......... 하지만 이건 오해이다.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명백한 오해.

밀레니얼 세대를 옹호하며 그들을 변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각 세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자는 것이다. 나는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사회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고 믿고 싶다. 실제 그렇다. 그들의 목소리와 삶의 방향, 가치관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삶에 다양한 색을 입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우리 밀레니얼 세대를 지지하고 응원하자. 기성세대의 시선과 관점으로 그들을 평가하지 말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믿고 응원하자. 그래야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다음 세대도 멋있게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완벽한 설명서인 이 책을 기성세대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그래서 어딘지 괴기스러워 보인다. 흔히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절망과 포기로 수렴된다.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우울, 좌절, 증오, 혐오 같은 현상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가 늘 문제시된다. 그런데 정작 청년세대가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SNS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그곳은 언제나 밝고 희망차고 화려하다. 청년세대에 대한 담론과 인스타그램의 간극은 마치 매트릭스의 밖과 안처럼 극명하다.

-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계속 보고 있으면 현실감각을 묘하게 잃어버린다. 내가 속해 있는 현실에 대한 인지 부조화가 생기고, 삶 혹은 세계가 오직 저 밝고 화려하며 채색된 이미지들로 치환되는 듯한 경험이 일어난다.

- 그렇기에 묘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노력에 대한 회의와 냉소의 말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가장 노력하는 이들이라는 결론이다. 다시 말하면 이 시대는 노력의 가치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하지만 가장 노력하는 시대인 것이다. 노력이 결코 무언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노력밖에는 할 게 없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칭송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노력과 재능으로 성공한 일련의 스타들, 오디션 우승자들, 스포츠 선수들, 고시 합격자들 등이 ‘위너’이자 점점 더 확고한 선망의 대상이 된다.

- 확실한 건 이 세계가 타자에 대한 거의 모든 관용을 잃어버렸다는 것인데, 거기에서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는 건 가장 힘없고 발언권도 없는 약자들이다. 아이와 엄마는 그 약자들 중 가장 앞자리 한구석에 앉아있다.

- 타인을 낙인찍는 능력은 통찰력과 무관하다. 그것은 두뇌를 가장 단순화시켜서 원초적인 수준에서, 손쉽게 악의적인 힘을 즐기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고도의 지적 활동은 아군과 적군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제3지대의 가능성을 발굴하거나, 더 큰 맥락에서 화해를 모색하고, 더 지속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다.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일은 사자나 물고기, 아메바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을 고민하며 전체 맥락을 고려하고 다층적인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고도로 지능이 발전한 동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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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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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 저자 : 애비 웜백

* 출판사 : 다산북스

* 함께한 날 : 2020.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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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대표 축구 선수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애비 웜백의 짧고 굵은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남성이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 나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새로운 틀을 만들고, 후배 여성들에게 좋은 길이 되자는 메시지. 새로운 보직을 받고,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나에게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수 없는 밑줄을 긋게 만드는 애비 웜백의 글은 여성으로서의 나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에게,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오롯한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애비 웜백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가 같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큰 영감을 준다. 모든 성과를 혼자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 또 나의 결정과 행동이 내 뒤에 올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늘 염두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렇다고 남성과 적대적으로 투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남성이다 여성이다 할 것 없이 능동적으로 기회를 갖고,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대느라 내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후회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겸손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라졌던 늑대가 돌아와 생태계의 질서가 회복되었듯이, 여성들도 다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다한다면 사회 시스템도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다.

또한 그러한 리더십은 어떤 특정한 위치에 있을 때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일상 안에서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발휘된다. 그러니 나의 삶을 단단하고 힘 있게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고, 부단한 노력으로 완성된다. 그러니 우리, 각자의 삶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자. 그리고 그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회를 보다 정의롭고 긍정적으로, 아름답고 따뜻하게 변화시켜가자.

애비 웜백이 가는 길을 우리도 한발씩 나아가 보자. ^-^

- 우리는 그저 이기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즐겁게 이기고, 명예롭게 이기고, 연결되어 이기고, 서로에게 헌신하고 자매애를 느끼면서 승리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챔피언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친구, 시민, 인간 존재가 되었습니다.

- "유리 천장을 마주할 때면 ... 나는 자기 자신의 천장을 직접 만든 이들에게서 용기를 얻곤 합니다. 나는 나를 들이고 싶지 않아 하는 남성이 지키고 있는 문을 두드리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내 집을 직접 짓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요." - 에이바 듀버네이

- 여성은 오래된 규칙을 따르는 일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규칙은 오로지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만일 지금껏 따라왔던 규칙을 계속해서 따르게 된다면, 게임은 똑같이 불공평한 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오래된 사고방식은 새로운 세계를 짓게 도와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래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와야 합니다.

- 삶이 당신을 벤치에 밀어 넣는 느낌을 받을 때, 당신은 물론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베치에서 리드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벤치에서 리더가 될 수 없다면 필드에서의 당신을 리더라고 부르지도 말아야 합니다. 당신은 모든 곳에서 리더이거나 어디에서도 리더가 아닙니다. ... 모든 여성은 자기 삶의 리더입니다. 그 힘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주장하고, 가치를 부여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 힘과 성공과 기쁨은 파이가 아닙니다. 한 여성을 위한 더 큰 조각은 다른 이를 위한 더 작은 조각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 정의, 성공, 권력이 무한하며 모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믿습니다. 혁명은 함께 행동하는 것으로부터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도울 것입니다. 서로를 위해 달려갈 것입니다. 서로를 지목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무한한 기쁨, 성공, 힘을 주장할 것입니다.

- 나는 계속해서 내 재능을 깎고 다른 이들보다 더 빛나는 일을 경계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 재능이 다른 이들보다 나를 빛나게 해서 그들과 나 사이에 격차를 만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 이제 나는 더 이상 나의 힘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는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기량을 100퍼센트 발휘하고, 자신의 잘난 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 여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 힘을 갖고, 드러내는 일은 그저 당신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도미노 효과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일어나서 공을 요구하면, 다른 이들 역시 그렇게 할 수 있게 됩니다. 늑대 무리의 단결력은 늑대 개개인이 자신의 힘을 드러내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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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문화사 - 조선을 이끈 19가지 선물
김풍기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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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선물의 문화사 - 조선을 이끈 19가지 선물

* 저자 : 김풍기

* 출판사 : 느낌이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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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조선사 수업을 할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파트 중 가장 소홀히 넘어가는 부분이 사회 부분이다. 진도에 쫓겨 신분제 정도만 정리하고 넘어가던 사회 분야를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등장했다. 바로 이 책, <선물의 문화사>이다. 조선 사람들이 선물로 주고받았던 19가지 물건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참 흥미로운 구성이다. 게다가 객관적 사료와 그림, 사진 등이 곁들여 있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달력, 단오부채, 지팡이, 분재기, 버드나무, 매화 등 조선시대에 상징적 의미를 갖고 선물로 통용되던 사물들에 대한 설명이 쉽게 이어진다. 특히 '도검'에 대한 내용에 많은 시선이 머물렀는데, '문(文)'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검을 선물한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 조선시대에 귀하디 귀했던 '화장품'에 대한 챕터는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역사를 마주하는 재미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큰 틀에서 공부하는 역사도 물론 재밌다. 권력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그로 인한 굵직한 사건들이 전해주는 인간에 대한 고찰도 매우 의미가 있다. 그와 함께 소소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런 기록도 정말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는 사람들이 아닌, 소소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요즘, 우리는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선물을 받을 사람의 취향, 가격, 목적, 기능, 그리고 그 선물이 만들 나의 이미지 등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그래서 선물을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선물로 무엇을 주느냐 보다 어떤 마음을 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선물을 준비하는 행위가 주는 행복감을 오롯이 느끼고, 선물에 담긴 마음을 잘 전달하고, 서로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선물이다. 앞으로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할 때 더욱 정성을 기울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이 바로 선물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관계를 돌아보게 하니 말이다.

*** 내게 온 문장

-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의 일상이 선물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일상은, 나의 능력으로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배려와 애정 덕분에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고 사회를 구성한다. 그 관계에 다채로운 빛을 발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선물이다.

- 물건을 독점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사람과 나눈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 권력자들은 자신의 달력을 선물함으로써 자신의 시간 속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셈이다. 중국의 황제는 조선을 자신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조선의 왕은 조선의 백성들을 자신의 시간으로 불러들인다. 그 시간의 분할 속에 다른 사람의 삶을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증언하고 행사한다. 적어도 근대 이전의 책력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 예의가 예물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양이 아무리 많더라도 진헌하지 않은 것이 되니, 예물의 다소가 문제가 아니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력자의 배려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정치적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 마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그 물건이 무엇이든 선물로 선택하는 것에 특별히 문제는 없다. 버드나무 가지가 비록 강가에 흔히 자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거기에 담긴 마음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선물로서 충분하다.

- 이제는 무슨 꽃이 피는 계절인지도 잊고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자연의 아름다운 순환은 우리 생활에서 밀려나고,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도 출근길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자연에서 한 걸음 멀어지자 삶은 한층 팍팍해졌다.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눈앞에 닥친 일을 감당하느라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세월이 흐른다. ... 매화의 고결한 자태를 통해 우리의 맑은 심성을 돌아보자는 깊고 원대한 목표를 가져야 매화모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연이 주는 풍요로운 선물을 풍류롭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그리운 것이다.

- 그렇게 가슴속에 시퍼런 칼날 가진 검을 하나 품고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이 검을 쥐고 뛰어난 검객으로서 정의와 공평함을 위해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세상의 정의와 공평을 위해 살아가려면 늘 유혹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돈과 이성, 높은 관직과 명예 등 우리를 유혹하는 많은 것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내 마음에 그러한 욕망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순간 그들은 순식간에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점령하고 괴물로 혹은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욕망의 유혹을 받지 않기 위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칼을 늘 시퍼렇게 갈아놓는 것이다. 마치 적의 침략에 맞서서 과감히 찔러 나가는 검처럼, 우리를 침범하는 삿된 기운을 막고 없애는 검처럼, 우리의 공부는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을 과감하게 거부하는 하나의 검이다. 마음에 품고 있는 그 검을 벼리면서 살아가는 일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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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요하네스 부체 지음, 이기흥 옮김 / 책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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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 저자 : 요하네스 부체

* 출판사 : 책세상

* 함께한 날 : 2019.1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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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열기에 너무나도 좋은 책이다. 바쁜 사회를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영혼의 평화'를 얻기 위해 꼭 살펴봐야 하는 서양철학이 담겨 있다. 철학이라고 겁먹을 필요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상가들의 명언들을 확인하며 나의 2019년을, 나의 일상과 삶을 깊이 돌아보았다. 부끄러운 일도, 후회스러운 일도, 힘든 일도 많았지만 반면에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도 떠올라 나름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함께 일었다.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나'라는 부속품은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 되어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 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을까? 빛과 함께 자존감을 잃어가는 나는, 분명 힘듦을 호소하고,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표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다 보니 서로를 챙기지도, 나 스스로를 돌아보지도 못했다. 저자는 그럴수록 나의 영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새해에는 나를 많이 챙기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도 나의 기준과 속도에 맞추어 더욱 단단한 나로 조금씩 거듭나려 한다.

그리고, 보다 예술적인 삶을 위한 고민 또한 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꺼이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 유희만 조금 더한다면 충분히 예술적 삶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남았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를 보다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일상적인 루틴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사회의 부속품으로 의미 없는 일상과 과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영혼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사실, 내가 즐거워하는 유희가 무얼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걸 찾아보는 것도 당장은 중요할 것 같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삶에 유희를 더하는 것 외에도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정신의학, 우정에 관한 생각, 일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방법 등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좋은 지인들과의 시간뿐만 아니라 나와의 시간도 필요하다. 이 책과 함께 나와의 시간을 꼭 가져 볼 것!!

2019.12.25.

*** 내게 온 문장

-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적은 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시간이 많은 게 문제다.

- 계산으로 초래되는 인간성의 상실

- 삶에는 설명하거나 다다를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당신은 마치 식탁에 앉아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라. 뭔가가 이리저리 옮겨져 당신에게 다가온다. 그러면 손을 뻗어 당신의 몫을 겸손하게 챙겨라. 그것이 또 옮겨 가거든 다시 잡으려 하지 마라. 그것이 아직 오지 않았거든, 당신의 열망을 여기저기 드러내지 말고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라.

- 우리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떠밀려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절감하는가. 다른 사람의 기대를 채워주기에 바쁘고, 아첨을 해서라도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안달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스스로 결단하여 행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무이기 때문에 성찰 없이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이러한 열정은 우리를 자주 배반한다.

- 우리 삶이 꼭 완벽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으로 족하다. 다만 삶에 유희적인 성격을 부여하면, 다른 무엇보다 삶이 예술이 된다.

-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가끔 위반할 때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 이에 반해 한계를 설정하는 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면 나는 한계를 넘을 때마다 그들에게 제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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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끝! -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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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오늘 일은 끝!

* 저자 : 폴커 키츠

* 출판사 : 판미동

* 읽은 날 : 2019.12.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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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으로는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며 일에 대한 허상과 오해를 걷어내 주는 저자의 목소리가 낯설다. 그 낯섦 안에는 내가 인식하게 못했던 '일'의 진짜 모습이 있었고, 일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여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핸드북 사이즈의 부담 없는 책이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묵직하다.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을, 동료들의 태도를 생각해보며 나 또한 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은지, 높은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보았다. 진지하게...

 

저자는 거의 모든 단어가 명사형일 때와 동사형일 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일'과 '일하다'는 긍정과 부정의 다른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실험에서 시작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바로 "당신이 힘든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일에 대한 거짓말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 늘 멋있게 일을 한다. 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그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반영된다. 매일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다 이겨내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간다. 야경이 멋있게 보이는 아파트에서 와인 한 잔을 마치며 하루의 피로를 달랜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건가? 물론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대부분의 내 지인들은 그렇지 않다. 루틴에 가깝게 틀이 잡혀 있는 일을 매일 반복하며,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사소한 것들뿐이다. 세련된 헤어스타일은 언감생심, 멋진 정장은 일을 하는데 불편함을 더할 뿐이다. 나에게 닥친 어려움은 나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기 일쑤이고, 와인은커녕 화장이라도 잘 지우고 자면 다행인 나날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책을 들여다보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라고 얘기한다. 현실을 이상에 맞출 것이 아니라, 이상을 현실에 맞추라고 말이다. 의미 없는 일은 없으니 우리 모두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얘기한다.

 

서운할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저자의 목소리는 어느새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되어 내 마음 한구석에 따뜻하게 자리했다.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잘 하고 있는 건지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2019. 12. 20.

                            

*** 내게 온 문장

-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만, 일하는 것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 언뜻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없으면 일상적인 영역에서 결함이 생긴다. 세심함과 확실함, 집중력과 주의력이 그런 것들이다. 달력에 일정 기입하기, 이메일 꼼꼼히 읽기, 고객이나 직원의 말에 주의 깊게 길을 기울이기, 회신 약속을 지키기, 말하기 전에 잘 따져 생각해보기, 자신이 한 말을 다음 날 떠올리고 그대로 실천하기, 정확히 기록하고 계산하기. 이러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려면 신중해야 하며 세세한 것들을 다룰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훌륭한 업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 가지가 꼭 필요하다. 외부와 내부를 향한 공감 능력이다. ... 공감 능력의 전제조건은 내 입장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간간한 이야기 같지만 관점의 전환은 최고 난이도 과제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려면 나 그리고 내 일과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 조직에서는 지시와 수행, 위계와 복종, 상하 관계가 중요하다. 모두가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생각은 매력적이지 않으므로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말이다.

- 한편으로 우리는 가치가 큰일들을 평가절하한다. 우간다에 학교를 세우거나 덴 하그의 국제 형사재판소에 전범들을 세우는 일이 의미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에 견줄 만한 일들을, 그것이 보다 가깝고, 일반적이고, 일상적이라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어낸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가령 우간다가 아닌 슈투트가르트에서 아이들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는 일, 하노버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검사로서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일 말이다.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일이 그 의미를 잃는 것도 아니다. 의미 있는 일이란 공익단체의 전매품이 아니다. 의미라고 하면 우리는 거창한 것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의 행위가 위대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 현실적으로 직장에는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써 자기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자꾸만 업데이트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많은 이가 엉뚱한 곳에서 헛되이 찾는 진정한 도전이다. 점잖든 천박하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이것이 우리 인생의 과제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인생은 계속된다.

- 있어 보이게 연출하는 것을 포기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해방하고, 그 시간과 에너지는 인생에 마법 같은 매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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