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문화사 - 조선을 이끈 19가지 선물
김풍기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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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선물의 문화사 - 조선을 이끈 19가지 선물

* 저자 : 김풍기

* 출판사 : 느낌이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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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조선사 수업을 할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파트 중 가장 소홀히 넘어가는 부분이 사회 부분이다. 진도에 쫓겨 신분제 정도만 정리하고 넘어가던 사회 분야를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등장했다. 바로 이 책, <선물의 문화사>이다. 조선 사람들이 선물로 주고받았던 19가지 물건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참 흥미로운 구성이다. 게다가 객관적 사료와 그림, 사진 등이 곁들여 있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달력, 단오부채, 지팡이, 분재기, 버드나무, 매화 등 조선시대에 상징적 의미를 갖고 선물로 통용되던 사물들에 대한 설명이 쉽게 이어진다. 특히 '도검'에 대한 내용에 많은 시선이 머물렀는데, '문(文)'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검을 선물한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 조선시대에 귀하디 귀했던 '화장품'에 대한 챕터는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역사를 마주하는 재미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처럼 큰 틀에서 공부하는 역사도 물론 재밌다. 권력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그로 인한 굵직한 사건들이 전해주는 인간에 대한 고찰도 매우 의미가 있다. 그와 함께 소소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런 기록도 정말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는 사람들이 아닌, 소소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요즘, 우리는 많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선물을 받을 사람의 취향, 가격, 목적, 기능, 그리고 그 선물이 만들 나의 이미지 등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그래서 선물을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선물로 무엇을 주느냐 보다 어떤 마음을 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선물을 준비하는 행위가 주는 행복감을 오롯이 느끼고, 선물에 담긴 마음을 잘 전달하고, 서로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선물이다. 앞으로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할 때 더욱 정성을 기울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이 바로 선물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관계를 돌아보게 하니 말이다.

*** 내게 온 문장

-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의 일상이 선물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일상은, 나의 능력으로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배려와 애정 덕분에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고 사회를 구성한다. 그 관계에 다채로운 빛을 발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선물이다.

- 물건을 독점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사람과 나눈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 권력자들은 자신의 달력을 선물함으로써 자신의 시간 속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셈이다. 중국의 황제는 조선을 자신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조선의 왕은 조선의 백성들을 자신의 시간으로 불러들인다. 그 시간의 분할 속에 다른 사람의 삶을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증언하고 행사한다. 적어도 근대 이전의 책력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 예의가 예물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양이 아무리 많더라도 진헌하지 않은 것이 되니, 예물의 다소가 문제가 아니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력자의 배려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정치적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 마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그 물건이 무엇이든 선물로 선택하는 것에 특별히 문제는 없다. 버드나무 가지가 비록 강가에 흔히 자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거기에 담긴 마음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선물로서 충분하다.

- 이제는 무슨 꽃이 피는 계절인지도 잊고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자연의 아름다운 순환은 우리 생활에서 밀려나고,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도 출근길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자연에서 한 걸음 멀어지자 삶은 한층 팍팍해졌다.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고 눈앞에 닥친 일을 감당하느라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세월이 흐른다. ... 매화의 고결한 자태를 통해 우리의 맑은 심성을 돌아보자는 깊고 원대한 목표를 가져야 매화모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연이 주는 풍요로운 선물을 풍류롭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그리운 것이다.

- 그렇게 가슴속에 시퍼런 칼날 가진 검을 하나 품고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이 검을 쥐고 뛰어난 검객으로서 정의와 공평함을 위해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세상의 정의와 공평을 위해 살아가려면 늘 유혹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돈과 이성, 높은 관직과 명예 등 우리를 유혹하는 많은 것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내 마음에 그러한 욕망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순간 그들은 순식간에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점령하고 괴물로 혹은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욕망의 유혹을 받지 않기 위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칼을 늘 시퍼렇게 갈아놓는 것이다. 마치 적의 침략에 맞서서 과감히 찔러 나가는 검처럼, 우리를 침범하는 삿된 기운을 막고 없애는 검처럼, 우리의 공부는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을 과감하게 거부하는 하나의 검이다. 마음에 품고 있는 그 검을 벼리면서 살아가는 일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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