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
박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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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은희

* 저자 : 박유리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2020. 5. 28. /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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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갖게 된 은희. 자신의 출생 과정은 알지 못한 채 폴란드로 입양을 갔다가 엄마와 관련된 쪽지 하나를 전해 받고 한국으로 오게 된 은희의 아들 준. 그리고 준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발판 삼아 모든 것을 되돌려 놓고 싶어 하는 은희의 형제복지원 룸메이트이자 은희의 죽음을 목격한 미연. 이들의 기억과,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간 이야기가 불행하지만 아름답게 찾아왔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형제복지원 사건의 참혹한 진실이 저자의 메시지와 함께 소설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그 시대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개인의 이야기가 결코 개인의 이야기가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는 많은 인권유린이 일어났다. 불법 감금, 폭행, 강간, 강제 노역, 암매장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니 그 이상의 인권유린이 자행되었던 형제복지원의 실체는 방송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법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들은 법의 바깥으로 폐기된 지 오래였다. 법의 보호는 무산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법과 인간의 범위는 검찰 상부가 정한 그들만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법은 세상의 주류가 정한 범위 안에서 죄를 측량한다. 인간 밖으로 폐기된 자들에 대해 법은 무력하다.

 

국가의 복지 정책으로 시작된 형제복지원이기에 법마저도 피해자들 편에 서지 않았다는 이 상황이 나에게만 불합리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의 기억에 기대어서라도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 안에서 보냈던 시간과 그 곳에서 겪어야 했던 모든 참혹함을 우리는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다. 그러한 무력감이 더해져 우리는 더 비참함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그들의 기억을 토대로 기억을 지우려는 자들에 맞서 우리는 보다 정의롭게 바로 서야 한다. 시대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개인의 이야기라 치부하기에는 당시 사회가 너무 비정상이었으니까...

 

우리를 가둔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세상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달려온 두 발을 내려다보며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를 향해 사죄하지 않는 세계, 내가 사라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세상의 평화로움이 소름끼치게 무서웠습니다.

은희와 미연, 준 그리고 병호의 아픔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아직도 제정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허공을 맴돌 뿐이다. 국가 정책에 의해 시작된 일이니 결국은 국가가 나서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우리도 목소리를 보태 피해자들의 기억이 피해자들만을 갉아먹지 않도록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또 다른 세상 안에 갇혀 불행한 기억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지 않은지 늘 타인을 향한 예민함을 드러내야 할 때이다.

 

*** 내게 온 문장

- 기억하지 않는 삶이 더 낫다면, 그녀에게 기억을 강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 모든 것이 부식되고 사라지고 변하는데 그날만은 지워지지 않았다. 매년 새해 소망은 희미해졌으며 변치 않을 것 같던 약속들은 바람에 흩날렸다. 해가 바뀌면 새 달력이 벽에 걸렸으나 그날의 기억만은 그대로였다.

 

- 그들은 언제나 국회 앞에 서 있었다. 소리쳐도 들어줄 이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렸다. 삭발을 하고, 곡기를 끊고, 마이크를 들고 아무도 듣지 않는 거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곳은 서러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광장이었다.

 

-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력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커질수록 무력하게 견디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 그들은 빈곤을 모아두면 풍요로워질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바퀴벌레와 쥐 퇴치 운동을 벌이듯이. 그렇게 우리는 청소됐다.

 

- 유전보다 더한 것이 기억이고 습관이었다. 표백할 수 없는 날들이었다. 기억은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가위를 들고 들러붙은 그림자를 잘라내도 하루가 지나면 잘린 부위에서 새 그림자가 돋았다.

 

- 여기, 시간이라는 기차가 출발하지. 오늘은 어제가 되고, 지금은 그때가 돼. 그걸 막을 수 있나? 신은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유한한 시간을 동시에 줬지. 다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시간은 가고 늙어 죽거나 늙기 전에 기억을 잃어. 사람에게 기억이라는 게 뭔가? 편집된 시간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ᄄᆃ 전부로 여겨. 참 한심해. 사람들의 기억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어. 오늘 안에 어제가 있고, 미래 안에 지금이 있지. 내게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강물처럼 흘러가버리고 마는 거지. 댐에 쌓아둬서 괴물이 되게 하느니, 그저 기억을 방류해버리는 거지.

 

- 어떤 기억도 갖지 못한 준, 기억에서 달아나려다 주저앉은 미연, 그리고 기억을 버렸다는 노인.

 

- 법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들은 법의 바깥으로 폐기된 지 오래였다. 법의 보호는 무산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법과 인간의 범위는 검찰 상부가 정한 그들만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법은 세상의 주류가 정한 범위 안에서 죄를 측량한다. 인간 밖으로 폐기된 자들에 대해 법은 무력하다.

 

- 무열은 살려만 달라는 말을 들을 때만큼은 그들의 신이 된 것 같았다.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서, 살려달라는 말을 들을 때만큼은 무언가가 된 것 같아서 그들이 생을 구걸할 때까지 각목을 휘둘렀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뒈지도록 두들겨 패면 그들은 살아 있기만을 바라는 자들이 되었다. 존엄한 삶은 인간이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본 적 없는 자들은 삶이 아닌 살아 있음을 원했다. 삶을 갈망하다 절망한 자들은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가지만, 매일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자들은 죽음으로부터 달아났다.

 

- 우리를 가둔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세상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달려온 두 발을 내려다보며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를 향해 사죄하지 않는 세계, 내가 사라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세상의 평화로움이 소름끼치게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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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기술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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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절제의 기술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 저자 : 스벤 브링크만

* 출판사 :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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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운 요즘. 나의 내면에 집중하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 줄 좋은 책을 만났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으로도 잘 알려진 덴마크의 스벵 브링크만의 새로운 책이다. 정치, 사회, 윤리, 미학적으로 우리가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 준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너무 가벼운 책이 아닐까 걱정했던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책의 내용은 좋았다. 한번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조만간 또 읽을 계획을 세울 만큼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줄 책이다.

작년에 최혜진 작가님의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에는 북유럽 그림에 담긴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 삶의 태도가 담뿍 담겨 있었다. 그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더 깊이 있게 철학적으로 전해진 느낌이다. 물론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조건이 다른 북유럽과 우리의 삶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객관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는 삶의 기준은 있을 터. 그 가치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집중하여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자는 단순하게 금욕적인 절제를 말하지 않는다. 많은 욕구와 욕망을 만들어내고,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개인은, 또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조금 덜 갖더라도 인간이 만들어 낸 환경문제, 빈부격차 문제, 실업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서로 연대하며 내려놓고, 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공감 가는 내용이다. 최근 인간이 맞닥뜨린 문제들은 물론 자연재해도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들도 매우 많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소비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적당히 취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하고 싶은 것, 마음이 추구하는 것을 모두 경험해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그러한 욕구가 모두 사회적 윤리의 틀 안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의 욕구가 사회적 틀 안에서 선을 추구할 때 가치가 있음을 깨닫고, 이를 위해 부단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여기에서의 공부는 삶에 대한 공부를 말한다.)

새로운 스마트 기기가 일상을 함께 하고, 단 하루도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는 날이 없고, 쏟아지는 광고에서는 소비하는 내가 멋진 시민인 듯 포장해 주는 세상에서 나는 나의 내면을 어떻게 가꾸어 가야 할까. 그리고 사회적 틀 안에서의 ‘선’과 어떻게 결을 맞추어 가야 할까.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만큼 나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이 되고, 나의 노력이 우리의 노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 내게 온 문장

- 지나치게 다양한 선택지와 유혹이 가득한 세상에서 개인은 쉽게 파편화된다. 일도, 취향도, 우리의 삶과 정신도. 한 사람의 단단한 삶은 그저 많은 일을 얼마나 더 효율적을 해내는지 판단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몇 가지를 선택하고, 거기에 지속해서 마음을 기울이는 능력이 더욱더 필요하다.

- 끊임없이 욕망에 대한 갈등을 유발하며 자원을 고갈하는 사회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 지속해서 번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자기 통제가 꼭 필요하다.

-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일에 마음을 쏟느라 정작 우리가 마음을 써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옵소서” - 라인홀드 니부어

-“선이 아닌 하나를 바라는 사람은 진실로 그 하나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하나만을 바란다는 망상 속에서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면 깊숙한 곳에서 그의 마음은 둘로 나뉜 상태이며, 나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키르케고르

- 마음을 쓰는 일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고, 우리라는 사람의 일부가 될 때 가능하다.

- 우리가 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꺼이 놓아버리는 것들 역시 우리라는 사람을 만든다. 무언가를 기꺼이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삶은 틀을 얻는다.

- 우리의 마음 너머엔 더 큰 세상이 있으며, 그 세상에서는 사적인 소망과 취향과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이 있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은 우리를 버리지 않고, 늘 그곳에, 늘 똑같은 모든 것에 있다. 태양과 별에, 모닥불과 어둠에, 나무 아래 푸른 꽃들의 융단에.

- 기후변화나 세계적 불평등 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하려면,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 기꺼이 만족하는 태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갖지 않더라도 그럭저럭 견뎌내는 법, 무언가를 기꺼이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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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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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내 인생 구하기

* 저자 : 개리 비숍

* 출판사 : 웅진 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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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번쩍 드는 책이다. 과거에 그 뿌리를 두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슴 한 켠이 불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말에 동의하며 새로운 삶의 방향과 태도를 다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 더 나은 삶, 행복을 바라면서 우리는 왜 제자리에만 머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그 이유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 지금.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생각’하기에 좋은 최고의 교재이다.

<시작의 기술>을 통해 많은 독자에게 일침을 가했던 저자 개리 비숍은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말로 가득 찬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를 외부 환경,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 나에게서 찾으며 내가 지금 변화해야 할 이유를 역설한다. 그 과정에 우리가 갖고 있는 인생과 삶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뒤흔들며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전작에 이은 개리 비숍의 일침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과거의 모든 사실들을 이제는 인정하고, 미래를 기준으로 현재를 채워가자’는 말에서 내가 갖고 있는 과거의 아픔, 고통 혹은 분노와 좌절 등이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까지 내가 ‘스스로’ 얽매어 양쪽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얻은 것이다.

스스로 만든 한계에 갇히지 않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할 수 있는 한 많이 사랑하고, 용서하고, 모험하고, 열정을 쏟고, 헌신하고, 이해하자> 오롯이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자. 진짜 내가 되는 것. 그리고 진짜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 이제 펼쳐질 것이다.

작고,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머리와 마음에 담아 둬야 할 내용이 많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글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용’하며 내 인생의 주인으로 거듭나야겠다. 제발 다짐으로만 그치지 않길...

*** 내게 온 문장

- 당신이 인생에서 찾고 있는 그것은 당신이 갖고 있다. 원하는 인생을 살려면 지금도 앞으로도 당신이 선택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 우리는 수백만 가지의 소소한 방법으로 자기 삶에 훼방을 놓기 일쑤다. 자기 방해가 아주 파괴적인 행동을 낳을 수도 있다. 당신만큼 자신의 인생을 처참하게 박살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렇게 한다.

- 자기 수양이란 스스로 하겠다고 말한 일을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을 때조차 하는 것이다.

- 치과 예약을 한 번 건너뛰고, 운동 계획을 미루고,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더 먹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 어...... 그게 그렇지가 않다. 만약에 그게 더 큰 계획의 일부라면 어떨까? 그리고 당신은,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그 계획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자기방해라는 것은 더 큰 무언가의 산물이고, 당신 삶의 모든 면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인정은 동의나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 인정은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뿐이다. 당신은 당신이 내던져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인생을 살 수 있다. 인정은 진정한 변화로 가는 관문이다.

- 문제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뭘 하느냐다. 당신은 현재를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가? 당신 삶의 귀중한 이 순간들을 당신이 내던져진 삶에 대한 원망으로 흘려보내고 있는가? 당신이 바꿀 수 없는 유전적 요소, 당신을 장벽 너머에 가둬놓은 거미줄 같은 한계들을 원망하고 있는가? 아니면 마침내 당신 자신과 당신 인생의 모든 사람들을 원망으로부터 놓아줄 마음이 생겼는가?

- 당신은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고 설명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면 당신이 느끼는 과거가 바뀐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과거가 바뀐다. 적어도 과거가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바뀐다.

- 뒷담화가 무해하다고, 재미있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헛소리를 퍼뜨리고 있을 뿐이다. 남들 얘기는 좀 그만해라. 그렇게 한눈을 파는 대신에 당신 삶을 책임지고 변화시켜라. 당신이 하는 얘기의 본질이 당신이다.

- 당신은 ‘이미’ 당신이 좇고 있는 그것, 추구의 대상이다.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겠는가? 자신감이나 열정, 사랑을 찾아다니느라 왜 평생을 소모하는가? 그런 것들은 이미 당신 깊숙한 곳에 존재하고 있는데 말이다. 바다의 힘과 위풍당당함, 산악의 드넓음과 거대함이 당신 안에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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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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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상속

* 저자 : 장폴 뒤부아

* 출판사 : 밝은 세상

* 함께한 날 : 2020.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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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속’이라고 하면 물적 재산의 상속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가족이 갖고 있는 특정한 유전자의 상속을 거부하며 삶을 이어간다. 낯설면서도 흥미롭고, 불안한 마음으로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주인공의 가족은 모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유전자를 물려 받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 작품의 큰 흐름이다. 좁게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 넓게는 자살 유전자를 거부하기 위해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가족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유일한 행복 요소인 ‘펠로타’ 선수가 되어 자기 스스로 삶을 이어가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주인공은 과연 자살 유전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자살, 안락사.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품에는 삶과 죽음을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있을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닿는다. 사실 죽음은 잘 모르겠다.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아직 나에게는 먼 일 같아서 섣불리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전적으로 나의 소관이다. 나는 스스로 삶을 일구고 있을까? 싫은 것을 거부하며, 부정적인 요소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가족들로부터 상속 받았을지 모르는 불안한 유전자를, 어쩌면 그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삶을 거부하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불안한 요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몸부림치는 그의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인공처럼 발버둥치면, 유전자로 대표되는 결정된 삶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걸까? 정답은 없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기도 하고,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려 애쓰기도 하며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방식, 자유를 지키는 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과 방식을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순간으로 꽉 찬 삶을 살 수 있다. (작품에서도 주인공을 지지해주는 반려견과 친구가 등장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주인공의 삶이 빛을 낼 수 있었다. )

2019년 공쿠르상 수상 작가인 장 폴 뒤부아의 문장 만으로도 충만한 작품이다. 거기에 더해 삶과 죽음, 그리고 선택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까지 충만해진다. 모두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유전자를 상속 받을 것인지 선택해보자.

2020.3.9.

                            

***내게 온 문장

- 그들은 어떤 맹목적인 믿음, 시들지 않는 한 가지 욕망을 품고, 한 세계의 기원을 찾아 이 도시에 왔다. 그 세계는 한 손에 담길 정도로 작디작은, 너무 작아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세계였지만, 그곳에 가닿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천지창조 때 쏟아져 나온 그 모든 괴물들과 맞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한 시절의 끝이 다른 한 시절의 시작과 맞닿아 이어지는 그 순간

-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작은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 그 자동차가 어머니를 죽였다. 하지만 고독, 우울, 동생의 죽음, 가족 간의 무관심,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쇼트 팬츠 안에 움츠린 아버지가 죽인 것이기도 했다.

- 그날 밤 나에게 이 자그마한 개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 하나의 축복이었다. 녀석은 기어이 이 땅에 눌어붙어있겠다는 의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겠다는 고집을 내게 구현해 주었다.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밝은 빛을 볼 수 있기까지 견뎌내겠다는 다짐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사실 어떤 종류의 빛이든 어둠보다는 나았다. 이 개가 보여준 생의 의지는 카트라킬리스 가족이 지니고 있던 생의 의지를 전부 합한 것보다도 컸다. 카트라킬리스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녀석이 그랬던 것처럼 바닷물과 맞서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다에 가라앉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며, 프로펠러 돌리듯이 네 발을 휘저으며 버텨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몰랐을 테니까. 어떻게 하면 땅에 붙어 있을 수 있는지, 혹은 바닷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지 결단코 깨우칠 수 없었으니까.

 

- 한 사람이 죽으면 매번 그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어야 한다. … 그런 일들이 마무리되어야 한 존재의 이 소소한 흔적들도 음울하고 궂은 어느 겨울 하루처럼 저절로 사라진다.

- 내가 가족 안에 뿌리내리고 싶어도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짧은 뿌리로 지표를 더듬어보는 것뿐이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늘고 짧은 뿌리를 지니고 있었고, 그나마 그것이 유일하게 우리 가족을 묶어주는 공동재산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들 각자는 그 자잘한 뿌리에 기대 가족 안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이처럼 우리 모두의 뿌리가 부실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들 각자는 세상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버거워 다른 가족의 삶과 미래에는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웠다.

 

- 마치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귀결처럼 보였다. 그 어디에도 기적이 작용한 흔적은 없었다. 삶은 우리들 각자를 다시 일상의 흐름 속으로 불러 모았다.

 

- 삼촌은 왜 그런 갈망은 단 한 번도 실현하려 들지 않았을까? 어째서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살아보지 않고 죽음을 택했을까?

- 우리는 각자 자신의 감정에 갇혀 타인의 감정에 가닿을 수 없었다. 슬픈 밤이었다.

 

 

 

- 세계에는 ‘최남단 지점’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러니 키웨스트 최남단 지점에 서서 만족감을 느끼려면 우선 미국인이어야 했고, 그리 까다롭게 따지지도 말아야 했다.

- 대게의 경우 삶이 그녀 바깥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 내가 이 지경으로 불행해진 원인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엇이든 제대로 결정을 내리거나 선택하지 못한 탓이라고, 나처럼 우유부단한 사람들, 자꾸만 결단을 뒤로 미루고 일을 질질 끄는, 말하자면 겁쟁이들은 자기 잘못을 감면받으려고 매번 운명을 탓하고, 죽음, 망령, 헌팅턴 병을 이유로 내세우고, 심지어 작은 애벌레들까지 끌어들여 구실로 삼는다고,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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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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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 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 저자 : 조 볼러

* 출판사 : 다산북스

* 함께한 날 : 2020.2.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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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멘붕 상태에 빠져 있던 나에게 선물같이 다가와 준 책. 자기 계발서는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런 책이라면 얼마든지 읽어 나가겠다. 2020학년도를 준비하며 새로 시작할 일, 정리하고 구조화할 일, 다른 부서와 협의할 일들이 많아져 살짝 영혼이 흔들렸었다. 과연 내가 이 일들을 다 해낼 수 있을까? 결국은 나가떨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업무를 맡은 건 아닐까?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밀려왔고, 그 두려움을 느끼는 나에게 실망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에게 긍정적인 해결책으로 다가왔다.

그냥 맹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가 아니라 '뇌가소성'이라는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누구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뇌 과학과 교육학을 넘나드는 많은 사례연구를 통해 '더 나은 나를 위한 행동 법칙'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 법칙들이 허무맹랑하지 않다. 수학 과목의 교수법을 바탕으로 나 자신을 믿으며 행동하는 것, 다각적인 접근법, 협력, 분투의 가치 등을 조곤조곤, 하지만 힘 있게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우리의 뇌는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내가 더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완벽해지려고 나를 더 옭아매는 압박감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끔은 이런 압박감이 생각지도 않았던 실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우리는 꼭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부족한 부분은 옆자리 동료와 이야기하며 협력하여 채워나갈 수 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교사인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학습내용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깊게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개학이 1주일 미뤄지고 수업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여 아이들과 학습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겠다. 교사의 성장마인드셋이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자기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배려할 줄 알며 정의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기 전에 나부터 유연한 사고방식, 열린 마음, 협력하는 마음으로 성장해가자.

밑줄도 많이 긋고, 그 내용을 다시 노트에 적어가며 공부하게 되는 책이다. 여느 자기 계발서처럼 읽은 순간만 반짝 빛나고 시간이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생활에 큰 방향성을 제시해 준 든든한 책이다. 흔들릴 때마다 열어볼 것!!!!!!^-^

2020.2.26.

- 한 분야에서 누군가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얻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나는 사람들이 제풀에 꺾여 개선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경우만 수없이 확인했다.

- 무언가를 학습할 때마다 우리 뇌의 신경 경로는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강화된다. 신경 경로끼리는 서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 존재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재능'은 각종 선입견을 만들어 우리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재능은 성별과 인종 차별이 개입된 편견이다. 뇌가 고정되어 있고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을 믿으면 대게 여성이나 유색 인종 집단은 열등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 도전은 회피하거나 자책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도 소중한 어떤 것을 찾아내서 나중에 문제를 개선하는데 사용해야지.'

- 타인과 비교할 때 자기만의 중심을 잡는 것은 분투의 가치를 깨닫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개방적인 마음가짐은 고정관념에서 해방된 사람들, 즉 애써 노력하는 것이 자기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니라 뇌가 성장하는 신호임을 깨달은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그들은 도전과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열린 생각은 더 강한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자기 생각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과 스스럼없이 공유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 빠른 속도로 재생산할 수 있는 얄팍한 지식은 미래의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안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깊은 시선에서 창의적으로,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지금의 저는 예전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긴장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좀 불편한 어떤 것을 경험하고 있구나'라고 인지하고, 이내 그걸 처리하는 법을 배울 능력이 내 안에 있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립니다. 긴장을 풀수록 더 많은 것을 찾고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알아요.

-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바라볼 때 인생은 훨씬 더 단순하고 행복해진다. 모든 날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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