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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스테이 - 세계 18개국 56명 대표 시인의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김혜순 외 지음, 김태성 외 옮김 / &(앤드) / 2020년 11월
평점 :
"지구에서 스테이"는 코로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18개국 56명의 대표 시인의 작품을 엮은 시집입니다. 평소 시를 잘 읽지 않던 저로서 시집을 선택하는 일은 정말 몇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었는데요. "코로나 프로젝트" 라는 말에 얼른 집어들고 말았답니다.
어느날부터 전 지구가 멈췄습니다.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왔는데, 전 지구가 이웃사촌이라 하며 교류하며 살아왔는데, 바이러스라는 괴물 앞에 우리는 모두 굴복해야 함을 인정했고, 결국 전 지구가 멈췄습니다. 막연하게 자국민보호, 보호무역 등 이윤에 기반한 논리로 국경을 폐쇄한 것이 아니라 정말 단순히 모두가 생존을 위해서 멈췄습니다.
이 멈춤이 사람들에게 준 고통과 시련의 정도는 각각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것에 대한 약간의 답답함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끊겨 당장 먹거리를 걱정할 만큼의 큰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는 생사를 가르는 물리적 고통을 받기도 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랜시간 기다려온 삶의 도약에 대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마음적으로 힘듭니다. 이 정도면 타격을 입지 않은 편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네 라고 생각하고 위안하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픕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집어들게 되었어요.
어쩌다보니 코로나에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또 다행스럽게도 몇달간의 유동성 위기 정도는 헤쳐나갈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에 근무하고 있어 생계 걱정 없이 코로나 위기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날 밤 대자연의 어머니같은, 한편으로는 저승사자같기도 한 '우주엄마'가 같이 가자며 잡아끄는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떠나게 될 것만 같다는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스테이를 읽으면서 제가 갖고 있던 두려움보다 더 큰 공포심에 지배당한 사람들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술적으로 누구누구는 이렇게 힘들고 어려움이 있고 이런것보다 그 느낌을 전해받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암울하고 절망적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기도, 또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세계 공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에 대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있을까요. 지금이 그런 때인 듯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든 유럽, 영미권 사람이든, 동아시아권 사람이든 모두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 때, 이렇게 같은 마음을 가진 글들을 모아 엮어내는 작업을 해낸다는게 참 의미가 깊은 듯 싶습니다.
본 글은 문화충전200% 의 서평이벤트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