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 - 나를 소모하지 않는 마음 수업
마스노 슌묘 지음, 한성례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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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떠안지않는연습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었다.

어딘가 기댄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 같았고,
내 몫의 짐은 온전히 나 혼자 다 해내야만 비로소 떳떳하다고 믿었다.

바빠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주변에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왜 그렇게 미안하고 자존심 상했는지 모른다.

내 마음을 돌보기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느라,
은연중에 남에게 절대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을 스스로에게 채워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혼자서 모든 것을 떠안고 버티다 마음이 지쳐갈 때쯤,

마스노 슌묘 스님의 “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이라는 책을 만났다.

정원 디자이너이자 선종 스님인 작가님은 특유의 담담하고 깊이 있는 어조로 우리가 꽉 쥐고 있던 좋은 사람이라는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스님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수많은 마음의 병이
혼자서 다 해내야 한다는 고립된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당연한 진리처럼 여기는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규칙에 대해 어딘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불교에서 말하는 “파수공행(把手共行)”이라는 말처럼 본래 인생이란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스님께서 들려주는 업무와 일상에 대한 통찰은 그동안 내가 해온 고민들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예컨대 직장에서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조언과 도움을 구하는 행위는 번거로움을 주는 민폐가 아니라,
오히려 부하가 능력을 온전히 발휘해 팀 전체의 업무 순조롭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지혜로운 행동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매일 입는 옷, 먹는 음식조차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손길과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스님은 이처럼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고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인연을 맺는 일이며, 이번에 받은 다정함을 마음에 새겨두었다가 다음번에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꺼이 베풀면 되는 상생과 순환의 과정임을 부드럽게 일깨워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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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은 마음 한구석이 어렵고 불편하긴 하다.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 온 행동 습관과 마음의 벽이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허물어지기는 힘들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동안 내 어깨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원인 모를 짐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겠다는 기분이 든다.

완벽하게 혼자 해내지 못해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향해 내밀어진 주변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고 고맙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용기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믿어보고 싶다.

억지로 나를 소모하며 서 있는 자리에서 물러나, 마스노 슌묘 스님의 말처럼 내 마음의 자물쇠를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둔 채 흘러가는 대로 다정한 연결에 나를 맡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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