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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 백지연의 대학토론배틀, 토론이 쉬워진다
2011 대학토론배틀 심사위원 지음, tvN 끝장토론 〈대학토론배틀〉 제작팀 엮음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인터넷의 용도를 단순히 검색용으로만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것입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넷 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특히 특정 주제의 카페에 들어갈 경우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한 찬성측과 반대측이 만나게 되고, 토론에 들어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저런 카페에 가입해서 어떤 이야기들이 흘러 가나 지켜보나 직접 토론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보지 않아서 일까요? 대화는 어느덧 주제에서 벗어나고 서로 비난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후로 어떤 대화를 하든 인신공격 등만을 하게 되고, 결국 카페에 흥미를 잃어 떠게 되었죠.
신문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라는 책의 소개를 보고 꽤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기존의 기성세대들의 토론이 아닌 대학생들간의 토론 배틀이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무엇보다도 인터넷과 달리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니 만큼 순수하게 증거와 논리만으로 이야기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니까요. 그러다보면 이기든 지든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여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말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을 듯 싶습니다.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봤던 건가도 싶었지만, 여러모로 이 책은(tvn에서 한 방송이 아닌) 단점들이 부각되어 지더군요. 심한 경우에는 토론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총체적인 문제점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는 애초의 기획과는 달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서 찬성측과 반대측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지고 오는 바람에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계명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사랑은 미친짓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었죠. 찬성측이었던 계명대학교는, 결혼이라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과정을 보면 사랑해서 결혼하면 사랑에 미친 것, 금전적인 문제로 결혼하는 것도 경제적 문제로 미쳤기 때문에 미친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죠. 이에 반대되는 고려대학교의 경우에는 아마도 결혼은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졌을 때 할 수 있는 것으로 미친 것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 하에 하는 행위라는 주장을 하였는데, 이때마다 계명대학교에서는 그것도 미친 짓, 저것도 미친 짓 이라는 식으로의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계명대학교의 이런 주장을 20대의 획기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이야기하였지만, 제가 봤을 때 어떻게 찬성측과 반대측이 이렇게까지 대화가 안 통할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되려 어떤 식으로든 이기기 위하여 찬성측에서 무리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려고 했었고, 결국 이야기가 전혀 진해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으니까요.
사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른 토론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는데, 서로 대학교에서 주제를 협의 하에 진행되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지요. 이외에도 상대방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을 쭉 나열한다거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는 등의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을 해보니 간단하더군요. 결국 서바이벌 배틀인 만큼 이긴 쪽이 올라가는 시스템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토론을 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쪽에 훨씬 신경을 쓰는, 위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던 행위를 그대로 오프라인에 가져와서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다른 토론에서는 철저하게 전문가들이 나와 이야기한 것과 반대로, 여기서는 비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보니 그 깊이 역시 기존의 토론들 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구성 역시 좋은 편은 아니라서, 토론을 보다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토론자들의 당시 억양이라거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저 대화들만을 쭉 나열해 놓은 상황인지라 토론자들의 토론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토론자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것도 힘들었지요.
솔직히 이 책을 볼 시간에 이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식을 견해를 읽는다거나, 인터넷 등에서 토론 주제등을 검색해서 보는 편이 훨씬 괜찮은 듯 싶습니다. 최소한 왜 토론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견해 역시 가능하다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tvn에서 대학생 토론 배틀을 보는 편이 훨씬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유료인지 무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유료여도 같은 돈이면 tv쪽이 훨씬 제대로 일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