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이 열리는 순간 - 찰나에 어린 우리말 형용사
이온 지음 / 이응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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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말 형용사를 사진과 짧은 산문으로 풀어쓴 책이다. 각각의 형용사를 주제로 한 사진과 글을 읽으면 그 형용사가 주는 이미지와 느낌이 자연스레 읽혀서 형용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작가는 형용사를 '순간에 충실한 말', '마음을 그리는 말', 그리고 '영원히 새파란 말'이라고 정의한다. 그 이유는 형용사 자체가 '사물이나 현상의 고유한 성질, 그 사물이나 현상이 놓인 상태를 (사진이나 그림처럼 묘사하듯)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형용사는 말 그대로 찰나를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작가는 빛깔, 모양, 풍경, 감정, 태도, 가치의 언어로 형용사를 분류한 뒤 각 소주제에 알맞은 형용사를 몇 개씩 골라 사진과 글로 그 뜻을 설명한다.

국어사전처럼 '단어 : 이러저러한 모습을 나타내는 말.' 이렇게 알려주는 게 아니고 (물론 사전식 설명도 글 말미에 각주가 되어있다.) 형용사를 주제로 쓴 글에서 느껴지는 단어의 느낌과 사진이 주는 감각적인 감상이 합쳐져 단어의 뜻을 보다 명확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좀 더 읽는 재미가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전보다 쉽게 손이 가는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명문장에 '아는 만큼 표현(전달) 한다.'라는 말도 포함시키면 어떨까.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안다고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많은 단어를 알수록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적은 단어일지라도 질적으로 깊이 이해할수록 때에 적절한 단어 선택이 가능해져 간결하지만 정확하고 풍부한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검은 가죽 재킷의 색상이 단순히 '검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 색상의 정도 차이에 따라 '거무스름하네.', '거무죽죽하네.', '거무튀튀하잖아.' 등 보다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34p 참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어는 '연푸르다'와 '짙푸르다'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푸른빛'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이 푸르다는 단어의 뜻이 '선명'함도 갖고 있어서 보다 투명한 파란빛을 연상케해 더 마음에 들게 했기 때문이다.

또 '지긋하다'라는 단어도 좋았는데, 보통 같은 단어가 두 번 반복되면 뜻이 강조가 되는 것과 달리 '지긋지긋하다'라고 쓰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버리는 것이 단어의 놀라운 묘미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남의 나라말은 아주 매일 줄쳐가며 몇 백 개씩 외웠으면서 왜 우리말 형용사는 배워 볼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영어 공부할 때 우리말 공부도 좀 더 할 것을.

단어를 알수록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고, 그간 너무 단조로웠던 단어 생활로 표현 못 해 지나쳐갔던 모든 순간들에 대해 말문이 터지는 경이로움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어 매우 즐겁다. 부디 여러분들도 이 즐거움을 만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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