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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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부스러기가 찾아왔습니다.
합체, 하시겠습니까?

이 책은 우스갯소리로 소비되던 ‘신이 나를 만든다면?‘ 콘텐츠가 딱 생각나는 이야기다.



각 챕터마다 등장인물들은 신이 자기를 빚다가 흘리거나 미처 다 넣지 못한 조각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합체를 할지, 둘 중 하나만 살기로 할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서로 모르는 척 헤어져서 살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신을 ‘붕어빵 장수‘로, 신이 빚은 인간을 ‘붕어빵‘으로 표현한 부분이 매우 재밌다. 특히 어떤 붕어빵에는 팥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굽다가 팥소가 삐져나와 빠지게 되기도 하고, 어떤 붕어빵은 소를 덜 넣거나, 또 덜 굽거나 해서 약간 부족한 상태로 출하하게 되어 때때로 ˝너는 엄마 뱃속에 결단력을 두고 나왔구나.˝ 하는 등의 말을 듣게 만드는 인간도 생긴다는 배경이 재밌었다. 뭔가 정말로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이 좀 더 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붕어빵 장수(a.k.a. 창조주)가 급하게 이동을 했는지, 어디에 기계를 부딪쳤는지 아무튼 붕어빵 기계에서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나와 쿠키런 대탈출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고, 부스러기(a.k.a. 팥소)들은 자기의 본체(?) 붕어빵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기와 똑닮은 팥소와 대면하게 된 붕어빵 본체들은 갈등을 겪기 시작하는데...



원래 한 몸이었던 나의 붕어빵. 그리고 그 붕어빵들이 사는 세계 속에 떨어져 버린 팥소들.



이들의 만남이 각 챕터마다 다르게 펼쳐지면서 꽤 다양하고 재밌으면서 심오한 결말들을 이루게 된다.



당신이 팥소라면 붕어빵을 찾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부스러기지만 닮은 꼴 인간으로 새 인생을 살 것인가? (원래는 같은 붕어빵 출신(?)인지라 형태는 기존 붕어빵과 닮을 수 있다고 함.)



이야기 속에 나오는 붕어빵들은 각기 생각을 흘리고 나오거나, 결단력이 빠져있거나, 용기가 없거나, 만족을 못 하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실 팥소 없이도 그동안 잘 살아온 인생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너의 결단력이야! 그러니 나와 합쳐! 이런 말을 하는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데... 요즘 같은 세상이면 딥페이크로 만든 가면을 쓰고 나타난 사이비가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되겠지만, 책 속 사람들은 다들 착하게도(?) 팥소들의 이야기를 잘 믿어준다. 그리고 고민한다. 저 팥소와 합치면 나는 좀 더 나은 내가 될까? 완벽한 인간이 될까?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될까? 같은 고민들 말이다.



이 책은 이 부분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누구다 다 자신의 이상을 완벽하게 실현하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부터도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고, 이상적인 인간상과 다르게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너의 부족함을 채워주겠단 존재가 나타나고, 심지어 원래는 처음부터 하나였으면 부족할 필요가 없었던 존재였다고 말한다면 꽤 유혹적이지 않을까. 눈 딱 감고 얘랑 합체해서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대로, 또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겠노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의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스스로의 인생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불필요한 합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또 합체 이후에 인격을 뺏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필요 없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팥소들도 이제 진짜 몸체가 생기는 건데다가, 기존 몸체에는 아주 중요한 팥소가 빠졌으니, 팥소인 스스로가 더 중요한 존재로 몸을 지배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붕어빵과 팥소의 갈등은 필수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먹여야 한다. 볼따구니를 먹을 것으로 꽉 채우자. 아이들은 자신이 먹은 것을 토대로 무엇이든 될 것이다.
- 에필로그에서



에필로그에 나온 이 문장이 마음에 오래 담겼다.



각 챕터 속 인물들은 각자 자기가 바라던 대로 선택을 하고 결과를 맞이하였지만, 나는 에필로그에서 주연 씨가 말한 저 문장이 작가가 주연 씨 마음을 빌어 표현하는 이 책의 중심 문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연 씨는 프롤로그에서 자기 자녀의 소꿉친구 모습을 한 팥소를 만나 붕어빵-팥소의 관계를 알게 된 후부터 팥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챕터마다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용기가 없이 태어나든, 결단력이 부족하게 태어나든 자라면서 ‘자신이 먹은 것을 토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여기서 ‘먹다‘가 단순 음식만을 취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여러 ‘장소‘를 다니며, 다양한 ‘생각‘을 하는 등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일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이 있을지라도, 살아온 자신의 삶의 궤적을 인정하고, 설사 흑역사일지라도 그 모든 것이 나를 이루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스스로가 닿고 싶은 이상향으로 갈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한다.



이 팥소들의 짧은 여정이 나에게 준 교훈은, ‘지금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것. 비록 흑역사도 많고 지금의 삶도 하루하루 한숨이 나오는 고단함 일색이지만, 여태 내가 걸어온 순간들이 만든 지금의 나를 믿고, 사랑하며 내일은 어떻게 걸어갈지 생각하며 살아가자,라는 것.



오늘도 나에게 팥소들(엄청 많은 것을 흘렸거나, 부족했을 거라 생각...)이 찾아오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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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을 찾아서
유리관 지음 / 배드베드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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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개. 잊혀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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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6 세트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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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은 책인데 이렇게 세트로 나와서 구매했어요 이전 일러표지도 좋았는데 이번 깔끔표지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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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파견 클럽 1~2 세트 - 전2권
나카하라 카즈야 지음, 김도연 옮김 / 빈페이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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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힙한 고양이에 관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 책을 만나서 기쁠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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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열리는 순간 - 찰나에 어린 우리말 형용사
이온 지음 / 이응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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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말 형용사를 사진과 짧은 산문으로 풀어쓴 책이다. 각각의 형용사를 주제로 한 사진과 글을 읽으면 그 형용사가 주는 이미지와 느낌이 자연스레 읽혀서 형용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작가는 형용사를 '순간에 충실한 말', '마음을 그리는 말', 그리고 '영원히 새파란 말'이라고 정의한다. 그 이유는 형용사 자체가 '사물이나 현상의 고유한 성질, 그 사물이나 현상이 놓인 상태를 (사진이나 그림처럼 묘사하듯)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형용사는 말 그대로 찰나를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작가는 빛깔, 모양, 풍경, 감정, 태도, 가치의 언어로 형용사를 분류한 뒤 각 소주제에 알맞은 형용사를 몇 개씩 골라 사진과 글로 그 뜻을 설명한다.

국어사전처럼 '단어 : 이러저러한 모습을 나타내는 말.' 이렇게 알려주는 게 아니고 (물론 사전식 설명도 글 말미에 각주가 되어있다.) 형용사를 주제로 쓴 글에서 느껴지는 단어의 느낌과 사진이 주는 감각적인 감상이 합쳐져 단어의 뜻을 보다 명확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좀 더 읽는 재미가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전보다 쉽게 손이 가는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명문장에 '아는 만큼 표현(전달) 한다.'라는 말도 포함시키면 어떨까.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안다고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많은 단어를 알수록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적은 단어일지라도 질적으로 깊이 이해할수록 때에 적절한 단어 선택이 가능해져 간결하지만 정확하고 풍부한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검은 가죽 재킷의 색상이 단순히 '검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 색상의 정도 차이에 따라 '거무스름하네.', '거무죽죽하네.', '거무튀튀하잖아.' 등 보다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34p 참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어는 '연푸르다'와 '짙푸르다'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푸른빛'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이 푸르다는 단어의 뜻이 '선명'함도 갖고 있어서 보다 투명한 파란빛을 연상케해 더 마음에 들게 했기 때문이다.

또 '지긋하다'라는 단어도 좋았는데, 보통 같은 단어가 두 번 반복되면 뜻이 강조가 되는 것과 달리 '지긋지긋하다'라고 쓰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버리는 것이 단어의 놀라운 묘미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남의 나라말은 아주 매일 줄쳐가며 몇 백 개씩 외웠으면서 왜 우리말 형용사는 배워 볼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영어 공부할 때 우리말 공부도 좀 더 할 것을.

단어를 알수록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고, 그간 너무 단조로웠던 단어 생활로 표현 못 해 지나쳐갔던 모든 순간들에 대해 말문이 터지는 경이로움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어 매우 즐겁다. 부디 여러분들도 이 즐거움을 만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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