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2 - 오해와 진실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 2
지은지.이민아 지음, 유영근 그림 / 아르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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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모르는 채 2권을 보았지만 이해가 어려운 장면은 많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궁금증은 생겼다.
흑돌과 백돌은 무슨 기능을 하는가?
개똥이는 조선 시대로 오기 전에도 이름이 개똥이었나?
저 호감도는 한 사람의 호감도가 아니라 개똥이가 저 마을 사람들에게 얻는 전체의 호감도를 포함하는가?
개똥이는 어쩌다 조선 시대 노비가 되었나?
정도였다.

(그리고 저 의문들은 읽다 보니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는데, 사실 저런 궁금증은 1권을 보면 해결될 것이었으니, 이 책을 읽는 것에 방해가 되는 의문은 아닐 것이다.)

2권에서 개똥이는 사또의 명을 어겨서 옥에 갇히기도 하고, 위기에 빠진 초롱이를 구해주기도 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하는데,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흑돌로 인해 점점 흑화해 가는 사또로 인하여 또다시 고난에 빠질 것 같은 긴장감을 주며 3권을 예고한다.

어린이가 조선시대로? 그것도 노비로? 라는 전무후무한 도입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두 이과 계열 작가님들이 어린이 과학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아님) 쓴 조선 시대 타임 슬립 게임물이자 일상 속 과학을 다룬 SF 동화(아님)이다.

...라고 한다면 본인의 주관이 너무 과하게 삽입된 한 줄 요약이겠지.

사실 2권에서 다양한 과학 지식을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개똥이를 보면 과학 전공자 작가들이 쓴 단순한 과학 동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과학은 방법이자 수단으로 등장할 뿐 외려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다른 사람을 대하는 개똥이의 마음과 태도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살다가 조선 시대로 가게 된 개똥이는 신분으로 인한 차별의 부당함을 느끼고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행동했을 수 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서 노비로 살아가게 된 스스로가 경험하는 차별과 힘든 노동 생활 중에서도 타인을 향해 배려의 손길을 내밀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위해 신분의 차이를 무릅쓰고 앞에 나선다는 건 개똥이의 용기와 배려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아마도 개똥이의 호감도가 계속 차오를 수 있었던 건 이런 개똥이의 진심 어린 행동과 태도들이 주변 사람들을 감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계속 떠오르던 장면은 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씻으면서도 자신과 부딪힌 둘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을 어떻게 도와줄 수 없을까 생각하던 개똥이의 모습이다. 고기가 차가워진다며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엔 둘을 도와주던 개똥이를 보면서 참 사랑스러운 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도움을 받은 저 둘도 개똥이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았을 것이리라.)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과학 개념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인을 위해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와 배려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같이 읽는 어른 독자들 또한 가족들과 갑작스레 이별하여 낯선 과거 시대에 떨어져 노비로 생활하게 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개똥이를 보며, 고된 직장과 가정생활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우리의 생활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3권에서 사또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된 개똥이가 흑돌의 마수로부터 천석 마을 사람들을 구해 낼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고 지학사 아르볼의 신권 발매 소식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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