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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현대 문학의 거장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는 박완서 작가.
부끄럽게도 저는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었어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한때 굉장히 유명해서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게 전부였지요.
요즘 마음이 공허하고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어 마음을 다독여줄 선물같은 책이 필요했는데 그 때 눈에 띈 책이 바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이 책이었어요.
초판 한정으로 출간되었다는 윤슬에디션은 표지만으로도 강한 끌림이 있었네요.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는 박완서 작가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이에요.
2011년 생을 마감하신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남긴 에세이는 660편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 중 고르고 고른 35편이 이 책에 실려있지요.
박완서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작가가 되기 이전의 삶, 작가가 된 이후의 삶, 아들과 남편의 죽음 등 그의 일생 전반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보시면 돼요.

손바닥의 앞과 뒤는 한 몸이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뒤집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가장 먼 사이이기도 하다.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싶지만, 뒤집기 전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글 속에서 박완서 작가는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참회하기도 하는데 저도 그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다만, 글이 단숨에 휘리릭 읽혀지고마는 그런 책은 아닐수도 있어요.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으며 읽어내야만 이 책의 진면목을 느낄수 있다고 봐요.
참척, 해자, 노염 등 난생 처음 보는 단어들도 종종 있어 오랜만에 단어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네요.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재능 부족이라는 표현을 쓰며 겸손하게 이야기 하였지만 책을 통해 누구보다 글 쓰는 것에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수가 있었어요.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지만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어요.
이렇게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왜 불혹의 나이에 데뷔를 한 건가 싶을정도로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시더라구요.
평범한 일상에 숨을 불어넣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저히 이기적인 나만의 일인 소설쓰기는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니라면서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술술풀리기라도 할라치면 여왕님이 팔자를 바꾸재도 안 바꿀 것 같이 행복해진다는 박완서 작가.
박완서 작가처럼 온전히 한가지에 몰두해 나를 내던져 본 적이 과연 있었던가.
불혹의 나이에 나는 무엇을 그리며 살아야할까.
글쓰는 것에 진심으로 행복했던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의 미래를 설계하고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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