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결혼식 당일 애인에게 버림받은 남자. 그 후로 30년의 세월이 흐르고 미즈타니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미호코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말로는 우연이라 하지만 미호코의 친구 페이지에 들어가 댓글을 살펴보고 사진 속 창유리에 비친 얼굴을 확대해보는 둥 자신이 발견한 사람이 미호코가 맞는지 확인하는 모습은 집요하기까지 하다. 답신이 없는데도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2년에 세 통이긴 해도) 미호코가 그린 그림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 두는 것도 께름칙하다.

이런 집착심이라면 진작에 미호코의 흔적을 찾아서 연락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30년이 지나서야 미호코를 찾은 것(본인은 우연이라고 했지만), 오랫동안 인터넷 같은 것과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다는 걸 보니 그동안 미호코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호코가 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이후로 10년간은 악몽에 시달리고 이제서야 자신의 안에서 오래전 이야기가 된 것 같다고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라더니 미호코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뒤로 갈수록 미호코가 자신을 버렸기 때문에.. 미호코와 결혼을 했더라면 자신이 이런 삶을 살지는 않았을 거라고 탓하는 걸 보면 원한이 뼈에 사무치면 사무쳤지 미즈타니 안에서 그 일은 결코 과거사로 끝난 일이 아닌 거다.

미호코가 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모습을 감춘 이유는 스포가 되므로 언급은 안 하겠지만, 미호코가 왜 답장을 썼는지는 의문이다. 미즈타니가 암에 걸렸다고 하니 동정심이라도 생겼단 말인가. 초반에야 동정심이었다 쳐도 묻지도 않은 전 약혼녀 유코와의 첫 경험이 언제였는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런 기분 나쁜 남자 차단을 하고 페이스북 탈퇴를 해도 부족할 판에 미호코가 꾸준히 답신하는 이유가 명백하지 않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고 홍보하고 도저히 다음 수를 읽을 수 없는 전개라고 했는데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뿌려놓은 떡밥도 없이 마지막이 돼서야 미호코의 메시지로 사실은 이랬어~ 라는데 이걸 누가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미즈타니의 복역에 대한 암시는 드문드문 보였지만, 본질이 되는 사건에 대한 복선이 부족하다 보니 결말이 뜬금없게 느껴져 이게 대체 뭔가 싶어 한동안 멍해졌다.

페이지가 적고 책이 작고 글씨는 크고 페이지의 1/3 정도가 여백이라 1~2시간 정도면 완독은 가능하지만, 납득되지 않는 반전에 모든 책임을 미호코와 유코의 탓으로 돌리는 또라이의 자기합리화가 역겨워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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