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식당 바람그림책 172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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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있어도 눈을 뾰족하게 뜬다고 하고, 말에 가시가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사실 겁이 나서, 아직 생각하느라 그런 건데 아무도 고슴도치 씨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흰 눈이 내리는 날 동네를 나와 걷고 있는 고슴도치 씨에게 빨간 풍선이 보입니다. '머뭇대다' 풍선 끈을 잡았더니 풍선은 고슴도치 씨를 어딘가로 이끌어 갑니다.

그곳은 바로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는 '메리식당'

그곳에는 길냥이 씨, 기러기 씨, 거북이 씨가 이미 와 있었습니다. 그들도 역시 빨간 풍선을 발견하고 끈을 잡고 여기까지 왔나 봅니다. 그들 역시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나 봅니다.

고슴도치 씨가 고른 오므라이스는 마음을 안아준다고 합니다. 어릴 적 좋아하는 눈사람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듯합니다.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소중한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길냥이 씨의 메리라면, 기러기 씨의 메리피자, 거북이 씨의 메리버거는 어떤 추억을 생각나게 만들었을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케이크까지 준비했어요. 두 볼이 발그레 물들어 서로를 향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줍니다. 입안에서 크림이 사르르 녹듯, 마음이 사르르 녹는 케이크입니다.

찬 바람이 불어도 이제는 춥지 않다고 생각하는 고슴도치 씨. 고슴도치 씨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동전을 땡그랑 넣어 따뜻한 마음을 나눠줍니다.



<메리식당>을 읽으면서 나 역시 무표정으로 뾰족한 얼굴을 한 고슴도치였을 때가 있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거북이었을 때도 있었고, 나 혼자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였던 때도 있고, 지나간 추억사진을 들여다보는 기러기였던 때가 생각납니다.

메리식당에서는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네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립니다. 많은 행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따뜻한 관심의 빨간 풍선, 마음의 허기를 달래줄 든든한 소울푸드, 어색함을 달래줄 달달한 디저트 케이크, 통상적이지만 다정함이 묻어 나오는 인사.

빨간 풍선의 산타 할아버지가 먼저 빨간 풍선을 매달아 놓지 않았다면 고슴도치 씨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요? 고슴도치 씨가 '머뭇대다' 빨간 풍선을 그냥 지나쳐버렸다면 고슴도치 씨 방에는 무엇이 남아 있었을까요?

뭔가 간절히 바라고, 용기내어 풍선 끈을 잡았을 때 그들에게 찾아온 메리식당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먼저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깥에는 찬 바람이 불었지만 이제는 춥지 않았습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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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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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 그리고 너와 헤어진 이유도 역시 그렇다. 그냥 그 시절, 너와 행복했던 나를 추억하며 그리움으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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