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볼루션 2.0 - 어느 소심한 구글 직원이 이끈 혁명이야기
와엘 고님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쳤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감동이 있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와엘 고님이라는 청년에게서 진솔함과 인간미가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케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보며 짜릿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와엘 고님이라는 이집트 청년이다. 워낙 컴퓨터를 좋아하고 인터넷에 빠져사는 와엘. 여느 이집트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이 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정치에 회의를 느끼지만 딱히 희망을 갈구하지 않는 그런 사람. 그저 인터넷을 사랑하고 남들보다는 조금 깨어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 하지만 이슬람교로 개종한 미국 여자와 어린나이에 부모 허락도 없이 결혼을 할 정도로 조금은 무모하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런 사람. 어찌보면 그다지 튀지 않고 평범하게 살던 그가 이집트의 혁명을 이끈 리더 중 한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이 ‘레볼루션 2.0’이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여기서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험한 과정을 읽으면서 정말 내가 주인공 와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집트의 숨막히는 상황.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다 비밀 감옥에서 고문하고 심문하는 정부.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늘어가는 청년 자살율…그런 암울한 현실은 왠지 먼 곳에 살고 있는 나까지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중산층이었던 와엘의 이야기만 읽어도 답답한데, 이집트의 노동자들은 오죽했을까. 인터넷이라는 기술로 온 세계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이 시대에, 30년 간 독재를 해온 사람을 지도자로 삼고 살아가는 이집트. 어찌보면 진보하는 기술과 후퇴하는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곳 이집트. 와엘은 어쩌면 이미 폭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그곳에 불씨만 던져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와엘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정보를 통해 이집트 혁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이끌게 된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큰 일을 꿈꾸거나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점차 커지고 지지자들이 많아지면서 결국에는 혁명을 이끌게까지 된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신기하게 느껴졌던건,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마음에 불을 질러서 단순히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까지 행동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일으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왠만한 정치인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어떻게 그는 그 많은 이집트 청년들을 일깨우고, 회의적인 시각에서 희망적인 시각을 가지고 만들고, 아무도 꿈 꿀수 없는 일들을 이루었는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그가 정말 평범하고 진솔한 한 청년에 불과했기에 그런것이 통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만 그 진솔함을 지혜로운 방법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갔기에 그렇게 큰 일을 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조금이라도 섣불리 행동하거나 경솔했더라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까지 희생시키고, 변화는 커녕 오히려 더 큰 회의감과 좌절감만 안겨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신기하게도 늘 매 순간순간 지혜를 구하며 슬기롭게 상황을 처리해간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첩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스릴있다. 그가 정부의 눈을 피해 최첨단 기술을 써가며 추척을 피해 SNS를 통해 차근차근 혁명을 준비해 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그가 울분하고 원통해 할 때는 나도 같이 울었고, 그가 사람들과 함께 승리했을 땐 나도 함께 웃었다. 이집트와는 별 상관도 없는 나지만,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기에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한 말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이집트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는 그 말. 그말이 가슴을 울렸다. 그저 가슴이 하는 소리를 듣고, 유린 당하는 인권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양심 그리고 용기.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겨야 함을 느끼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일 것이다. SNS라는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승리한 혁명이기에 변화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점과, 국적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함께 추구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이 이야기, 이 책의 매력인 듯 싶다. 세상은 바뀔 수 있다. 그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바꾸고자 하는 의지, 희생도 감내하는 사명감, 시기적절한 방법과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다면 평범한 당신도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www.wece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