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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 끊임없이 시대를 휘젓는 손정의의 숨겨진 이야기
사노 신이치 지음, 장은주 옮김 / 럭스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손정의 그는 IT 업계에서는 아시아의 스티브 잡스로 정평난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공 스토리에 사로잡혀 틀에 박힌 문장으로 일관된 평전을 통해 그를 만났기에, 손정의라는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모를것이다. 이 책의 작가, 사노 신이치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손정의 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무한한 애정과 경의로, 때로는 경멸과 의심을 가지고 손정의 라는 인물에 대해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
이 책의 저자는 손정의의 혈통을 삼대까지 거슬러 조사하고, 현존하는 부.모계 친척 모두를 만나 취재하며, 그 뿌리를 찾아 한국까지 취재의 폭을 넓혔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인 만큼, 손정의 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 책 보다도 흥미롭고 자세한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이 책의 저자가 누구나 느끼고 있을, 손정의의 ‘수상쩍음’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전적으로 사노 신이치라는 이 작가가 바라보고 느끼는 손정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추리나 논리는 누구나 납득할 만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잘 몰랐던 손정의 라는 사람에 대해 두가지 감정이 생겼다. 하나는, 사업가로서 타고난 재능을 지닌 손정의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간적이고 따듯하지 못한 그의 가족과 그 자신의 모습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손정의가 미국의 Ted Turner 처럼 타고난 비즈니스맨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남달리 똘똘했던 그는 어린 시절 교사를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국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진로를 바꿨던 것이다. 물론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부친 손삼헌 때문에 자신이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도 손정의를 사업가로 만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손정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건 뼛속까지 사업가인 아버지 손삼헌일 것이다. 손정의가 어린시절, 손정의의 가족은 돼지치기와 밀조주를 만들며 생계를 이었고, 손정의의 조모는 술집 여성들을 상대로 소액대출업을 하기도 했다. 이것을 계기로 손삼헌은 대출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나중에는 대출업에서 파친코업으로 전업했다. 누가봐도 그렇게 자랑스러운 업종은 아니지만, 손가는 이런 사업들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손정의의 어떤 부분은 이런 억척스럽고 독하게 돈을 번 어른들을 통해 얻은 것일 것이다. 돈 앞에서는 가족들과의 우애도 포기하고, 심지어 부자간의 관계도 돈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못쓰는, 말 그대로 돈이 우선인 냉정한 집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3.11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는 피해민들에게 100억 엔의 개인 의연금을 기부할 정도로 통이 큰 사람이기도 하다. 멋진 휴머니스트인 동시에 대단한 합리주의자. 그런 모순이 그의 수상쩍음을 만들어낸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도망치듯 대한해협을 건너와 노골적인 재일 한국인 차별을 끊임없이 받았던 손씨 일가. 그들이 지닌 삼대의 역사 및 그 반항의 피를 가슴 깊숙이 감추고 사가 도스역 앞 조선인 마을에서 치고 올라와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손정의의 이야기…어느 이야기와도 견줄만큼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손정의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그를 더 잘 이해하게 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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