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외향적인 사람인가 내향적인 사람인가? 만약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답했다면 그 답을 한 자신이 자랑스러운가? 만약 내향적이라고 답했다면 그 대답에 대해 썩 자랑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엔 그렇다. 언제부터 이렇게 외향적인 성격이 각광을 받게 되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성격의 문화'수용한 후부터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성격'이라는 단어는 18세기 이전에는 영어에 존재하지 않았고, '좋은 성격'이라는 개념은 20세기가 되어서야 널리 퍼졌다. '성격의 문화'를 수용한 뒤로, 미국인들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담하고 재미있는 이들에게 매혹되었다.] (pg. 46) 이런 문화의 진화 과정을 이끈 주요 원동력은 산업 성장이었다고 한다. 20세기가 되자 거대 사업, 도시화, 대규모 이민이 겹치면서 도시로 인구가 밀려들었고, 미국인들은 이웃이 아니라 낯선 이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인연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시대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주었고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그 기대에 부응을 하기 위해 애써왔다. 물론 20세기 훨씬 이전에도 외향적인 사람들은 매력적으로 어필했던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알려진대로 더 훌륭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뒤쳐지거나 실패한 사람들이냐는 것이다.
저자인 수전 케인은 조용한 책벌레 소녀였다.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할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그래서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은근한 끈기로 시작된 탐구와 저술은 7년 만에 '콰이어트' 라는 제목의 이 책으로 탄생했다. 이 책에는 그동안 이런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에 관한 수많은 연구내용이 담겨있다. 연구들의 결과는 정말 흥미롭다. 어느 한 성격이 우월하다기 보다, 어느 성격이 어떤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지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따르면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수동적일 때 집단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능동적일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즉 특정 조직이나 상황에 따라 특정 지도자 유형이 잘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에 관한 깊은 사실들을 온라인에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서 디지털로 소통하는 기회를 환영한다고 한다. 표면상의 열정과 열의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아 외향적인 사람들처럼 대놓고 표현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향적인 사람들이 열정과 열의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이렇게 단순히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의 차이점만 말해주는 연구가 있었던건 아니다. 어떤 연구들은 외향적인 사람들 혹은 외향적인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깨뜨리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저자가 '새로운 집단사고'라고 이름붙인 요즘의 현상, 즉 팀워크를 중시하는 현상은 일터에서 생산성을 억압하고, 점점 더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에서 탁월함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얻지 못하게 가로막는다고 한다. 강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에도 무조건 팀워크를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열린 사무공간, 단체 브레인스토밍 등은 개인의 판단 능력을 마비시키고 창의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얼굴을 마주보며 협력하는 것 자체를 중지하지 말고 그 방식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얘기다. 먼저, 내향성-외향성이 공생하는 관계, 즉 리더의 역할과 기타 역할이 사람들의 타고난 장점과 기질에 따라 배분되도록 능동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가장 효율적인 팀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건전하게 섞여 있고, 리더십의 구조도 다양하다.] (pg. 153)
어떤 특성이 항상 좋거나 항상 나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생존가치가 달라지는 장단점이 뒤섞여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외향적인 성격을 선호하거나 찬양하는 현상을 지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을 이야기 한다. 공격적이진 않지만 매우 결단력 있고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말이다. 공격적인 힘은 사람을 때려눕히지만, 부드러운 힘은 사람을 끌어당기기에 그렇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도 상황에 따라서는 외향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성격에 벗어난 행동이 오래 지속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것인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외향적인 성격의 장점에는 사실 많은 단점들,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향적인 성격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면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마지막으로 서로 반대 되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자신의 성격과 상관없이 이 책은 자신과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데 큰 도움을 줄 통찰력을 제공한다. 내가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