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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 드로잉에 담은 도시의 시간들
이종욱 지음 / 뜨인돌 / 2021년 11월
평점 :
할아버지 제삿날.
우리 가족이 부산에 내려가면 ‘서울사람’ 왔다며 반가워했다. 당시 우리 집은 부산에서 사업을 하시는 작은 아버지댁의 반도 안 되는 듯 한데. 그 동네 사람들은 아주 대단한 곳에서 사는 특별한 사람인냥 우리 가족을 대했다.
지금이야 오전에 내려가서 볼일보고 올라와 저녁시간을 보낼 정도의 체감상 아주 가까운 곳이 되었지만 예전엔 ‘서울 다녀올 게’라는 말은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음 안 될 그런 곳이란 느낌이었다.
복잡하고, 빠르고, 삭막하고 정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뭐라도 성공해서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의지가 바탕이다.
서울은 다수에게 그런 곳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선 더더욱 큰 결심이 따르는 행보였을지 모른다. 고향을 떠난 다는 것,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모든 것이 제일 빨리 생기고, 제일 빨리 사라지는 곳에서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쉬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넓은 띠지에 드로잉으로 표현한 도시의 건물들 중. 내가 가본 곳이라곤 한 두 군데 뿐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창시절, 사회생활 모두 했던 내가 한두군데 빼고 다 알아야 정상일진대 이름은 알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
제일먼저 어린 시절의 반을 보냈던 후암동으로.
아빠따라 원피스 사러갔던 남대문 시장. 시장으로 가는 길은 남산육교를 넘어 갔어야 했는데 그 곳에서 바라본 숭례문의 모습은 어린 시절 내가 보았던 그 모습이었다. 지금은 그림 속 가게들이 같은 곳인지 알 길은 없으나, 드로잉된 흑백의 모습은 내가 알던 그 길이 맞다.
남산도서관, 안중근 기념관이 있었던 자리에 메이지 일왕을 제신으로 모시는 종교시설이 있었다는데 -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내가 사는 곳의 역사를 지금에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최근에 본 동네는 이미 과거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어느위치에서든 보였던 남산타워는 어린시절의 나와, 우리 부모님과 동생들의 모습을 소환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일들이 선호하던 곳이 바로 이 후암동이었다고한다. 일본군사기지와 남대문역까지 인접해 있어 이동이 용이했을 것이다. 그 까닭에 여러 좀 색다른 건축양식이 보인다는데 과거 어린 아이의 눈에선 조금 다른 건물들이 눈에 들어올리 없다.
지옥의 108계단이라 불렀던 곳이 일제의 잔재였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서울의 랜드마크 남산타워가 사라졌을지 모를 박정희 정권때의 이야기 또한 한토만 상식 코너같은 느낌.
책을 중구난방으로 읽었어도 빠짐없이 쉬이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저자가 언급한 누구에게나 있는 ‘심상지리’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마음속에 인식하고 있는 장소 그 장소에 대한 한 시절에 머물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했던 심상지리의 확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벼운 걷기에서 시작해 주위를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자신의 심상지리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여기도, 저기도, 그 곳도.
가보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건물들을 pick해본다.
7가지 코스중 하나씩 둘러보아도 참 괜찮은 나들이가 될 듯 하다.